「빈〓金順德 기자」 오스트리아내의 기념품 상점에서는 어디서나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수 있다. 이 여인에 대한 책 그림 장식품, 심지어 퍼즐게임까지 어느 상점에나 넘쳐 난다. 이 여인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실의 마지막 안주인인 엘리자베트 황후(1837∼1898)다.
요즘 빈에서는 엘리자베트 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92년 9월3일 빈 대극장에서 개막된 이 작품은 1월 현재 1천여회 공연에 1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뮤지컬제작사 빈 시어터그룹이 제작했으며 스타감독으로 꼽히는 해리 쿠퍼가 연출한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드라마보다도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엘리자베트황후 그 자체에 있다.
독일 맥시밀리안 공작의 딸로 태어난 그는 우유빛 살결에 보석같은 눈동자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합스부르크 황실계승자 프란츠 요제프가 그의 언니와 약혼하기위해 맥시밀리안 가문을 방문했다가 그만 열다섯살의 요정같은 엘리자베트에게 반해 버린 것.
엘리자베트는 1854년 요제프와 결혼했으나 고부갈등, 보수적 궁궐분위기 때문에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실내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는가 하면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등 요즘 시각으로 보아도 매우 페미니스트적인 삶을 살았다.
큰아들 루돌프대공이 연인과 함께 자살하는 비운을 겪은 엘리자베트는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함으로써 일생을 마쳤다.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묘하게 심금을 울리는 동양적 선율,록음악을 연상케 하는 강한 비트의 현대적 음악 등으로 사극이 지닐 수 있는 진부함을 물리친다. 게다가 쇤부른궁전 등을 그림막으로 실물처럼 표현해낸 미술, 3분만에 한번씩 바뀌는 무대전환 등이 관객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엘리자베트가 뮤지컬 속에서나 실제인물로서 오스트리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에 대해 그들은 『한마디로 너무나 예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엘리자베트의 일생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명성황후를 연상케 한다. 명성황후의 일생은 지난 95년 국내 제작사인 에이컴에 의해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 우리의 명성황후가 그만큼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은 그의 아름다움이 총명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