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정부-게릴라 협상說…『수감게릴라 출국조치 가능성』

  • 입력 1996년 12월 25일 08시 59분


【리마〓李圭敏특파원】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 인질사건은 후지모리 정부가 수감중인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조직원을 출국조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성탄절전야인 24일 막후협상설이 나돌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페루정부가 수감중인 게릴라 일부를 석방, 외국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페루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22일 밤 인질들이 대량 석방되기 직전 10여분간 리마공항의 출입국 업무가 일시 정지됐었다』며 『이는 수감중인 게릴라의 출국조치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질들이 석방되기 직전 팔레르모 페루 교육부장관이 후지모리 대통령의 성명서를 갖고 들어갔던 것으로 보도됐으나 사실은 정부가 제삼국으로 내보낼 수감자명단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관측들이 사실일 경우 이는 정부와 게릴라측이 협상을 통해 수감중인 게릴라 일부를 석방하고 그 대가로 인질이 대량 석방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페루정부와 MRTA측 사이에 상당한 비밀협상이 오갔으며 이같은 막후대화 방식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인질범들은 남은 인질 1백40명을 계속 억류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일본총리는 사태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장기화 조짐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인질범들이 23일 인질들을 대규모로 석방한 후 남은 인질 1백40명을 「전쟁포로」로 선언한데 이어 MRTA의 한 대변인은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페루 정부가 무력으로 인질구출을 시도할 경우 인질들이 모두 살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시모토 일본총리는 페루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을 만난 뒤 『게릴라들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인질의 수를 줄였다』면서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질범들의 요구가 안전한 퇴진보장을 위한 일부 인질의 동행과 일본기업의 인질몸값 지불 등 2가지로 압축됨에 따라 재일교포 李明浩(이명호·일본미쓰비시상사 사장 보좌역)씨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억류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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