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공장을 설립했다가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온 한 기업은 복귀 직후엔 직원을 뽑았지만 최근 추가 채용 계획을 접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데다 노동 관련 규제의 압박 때문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노동, 환경, 안전 규제가 해외보다 훨씬 엄격하다”며 “인건비도 오르고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급등해 원가 부담이 커져 채용 여력이 없다”고 했다.
생산시설 등을 해외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온 이른바 ‘유턴기업’이 창출한 일자리가 6년 만에 가장 적은 7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장 등을 해외에 설립하며 빠져나가는 기업은 해마다 늘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절실한 가운데 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등 겹겹의 규제가 일자리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내 복귀해도 채용 여력 없어”
5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돌아온 유턴기업 14곳의 채용 계획은 70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315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유턴기업의 채용 계획은 2020년 1114명, 2021년 1820명, 2022년 1531명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1000명이 넘었다.
정부가 이른바 ‘유턴기업 지원법’을 통해 법인세 100% 감면, 최대 400억 원의 투자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 복귀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유턴기업의 일자리는 다시 세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5년 전 복귀한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은 대부분 돌아왔고, 현지에 남은 기업은 자리를 잡았다”며 “지금 같은 지원 수준으로는 국내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턴기업이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유턴기업 관계자는 “복귀기업 상당수가 지방 외곽에 있어 입사하려는 지원자가 많지 않다”며 “정부가 채용 보조금을 주고 유류비 등을 지원하지만 부족하다”고 말했다. 2022년 돌아온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청년들이 지방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나 주택청약 등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유턴기업에 기숙사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채용된 청년층에게 거주비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높은 인건비, 노동 규제 등 부담”
반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해외로 이전한 법인은 3444곳으로, 2024년 연간 규모(3045곳)를 한참 뛰어넘었다.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꺼리고 해외 진출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과도한 기업 관련 규제가 꼽힌다. 당장 이달 10일부터 하청업체의 교섭권을 넓히고 파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또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형사 책임을 붇는 중대재해처벌법, 최근 강화된 산업안전 관련 규제도 부담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동, 산업안전 관련 규제들 때문에 추가 시설이나 비용 부담이 크다”며 “몇 년 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랐는데 심야전력요금 인상까지 추진한다니 걱정”이라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턴기업들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고, 진출했던 국가와 인건비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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