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3, 챗GPT 성능 위협
학습-추론 분야 TPU 활용 늘듯
D램-낸드플래시 수요도 동반 증가
국내 반도체기업 수익 확대 전망
구글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텐서처리장치(TPU)’가 부상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해당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의 신규 AI 모델인 ‘제미나이3’가 기존 생성형 AI 강자인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하는 성능을 보이면서, TPU의 주가가 덩달아 오르고 있다. TPU는 제미나이3의 학습 및 구동을 주도한 AI칩으로, 구글이 미국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인 브로드컴과 함께 만들었다. TPU에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마찬가지로 하나에 6∼8개의 HBM이 탑재된다. TPU 시장이 성장하면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둘 다 AI칩으로 사용되는 GPU와 TPU 관계를 ‘경쟁’보다 ‘상호 보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GPU는 한 번에 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어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유용하다. 반면 TPU는 연산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수행할 때 높은 효율을 낸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들은 향후 GPU는 신규 AI 모델 개발에 사용하고, TPU는 학습이나 추론으로 역할을 나눠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GPU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TPU 수요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AI 서비스 개발 경쟁이 확대되면서 엔비디아 GPU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빅테크들이 TPU를 함께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최근 구글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TPU 구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 관심은 더욱 커졌다.
TPU 시장이 확대될 경우 HBM을 비롯해서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기준 글로벌 메모리 시장 매출 1위는 삼성전자(약 27조6700억 원), 2위는 SK하이닉스(약 24조9600억 원)다. 두 회사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구글 TPU에 탑재되는 HBM 공급의 90% 이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 공개될 8세대 TPU에 차세대 HBM인 HBM4 탑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되는데,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1∼6월)까지 HBM 판매 부진으로 고전했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PU 수요 확대로 실적 반등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TPU(Tensor Processing Unit·텐서처리장치)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전용 연산 프로세서. 생성형 AI의 학습·추론을 고속·고효율로 처리할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범용성이 낮지만, 반복적인 학습 및 추론 작업에서 전력과 비용 효율이 GPU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TPU도 GPU처럼 1개에 고대역폭메모리 6∼8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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