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만의 A매치인 가나전
단 한 골도 허용 않고 골문 지켜
“김승규-조현우 장점 배우려 노력
K리그 베스트11 골키퍼상 욕심”
“네가 내일 우리 팀의 골문을 지킬 선발 골키퍼다.”
골키퍼 송범근(28·전북·사진)은 가나와의 A매치를 하루 앞둔 17일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6)으로부터 선발로 낙점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우승팀 전북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킨 송범근이지만 A매치의 무게감은 엄청났다. 송범근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긴장감과 설렘, 걱정과 기대 등 여러 감정이 몰려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송범근(앞)이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두 손으로 공을 잡고 있다. 한국은 이날 송범근의 선방에 힘입어 1-0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가나전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송범근은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뉴시스가나전이 열린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송범근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긴장감을 떨쳐내고 경기에 집중했다. 송범근에겐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전(3-0·한국 승)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무려 3년 4개월 만의 성인 대표팀 복귀전이었다. 이날 가나는 12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송범근은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키며 한국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송범근은 “경기 전 대표팀 선배들이 ‘너라면 잘 해낼 거다. 재밌게 해봐라’라며 응원해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 멤버로 출전한 2021년 도쿄 올림픽 8강 멕시코전(3-6·한국 패) 이후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던 송범근은 가나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송범근은 “한때 ‘태극마크를 달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를 악물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가나전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송범근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 진입을 꿈꾸고 있다. 송범근은 “가나전을 마치고 난 뒤부터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면서 “월드컵 출전은 어렸을 때부터 가슴속에 품어온 꿈이다. 그 꿈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 골키퍼 중 막내인 송범근은 그동안 조현우(34·울산)와 김승규(35·FC도쿄)의 주전 경쟁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가나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송범근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잘 잡고 싶다는 마음으로 3년 넘게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두 선배들의 장점을 배워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다고 했다. 송범근은 “(김)승규 형은 빌드업(공격 전개)을 위한 패스 능력이 좋다. (조)현우 형은 선방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 선배들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범근은 내달 1일 열리는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의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힌다. 송범근은 2018년 전북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부터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평가받아 왔지만, 베스트11에 선정된 적은 없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리그 최고 골키퍼는 8년 연속 조현우의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송범근이 골문을 지킨 전북은 우승을 차지했고, 조현우의 울산은 27일 현재 12개 팀 중 9위에 자리해 있다. 송범근은 이번 시즌 K리그1 골키퍼 중 최다 무실점 경기(15회)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실점(0.84)도 최소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의 우승 미디어데이에서 전북 공격수 전진우(26)는 “올해 K리그1을 본 사람이라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송)범근이 형을 수상자로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범근은 베스트11 수상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무조건 받고 싶다”며 웃었다.
송범근은 하나의 우승컵을 더 들어 올리면서 올해를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전북은 내달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같은 K리그1 팀인 광주와 2025 코리아컵(옛 대한축구협회컵) 결승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전북은 코리아컵에서 우승하면 시즌 2관왕을 달성한다. 송범근은 “코리아컵을 철저하게 준비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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