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해운-조선사 “韓-中 따라잡자” 선박 개발 ‘원팀’ 구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8일 03시 00분


조선 2개사 공동출자 설계회사에
해운 3사도 자본 참여, 첫 손잡아
日, 2035년까지 건조량 2배 목표
민관 함께 9.4조원 투자하기로

일본의 해운사와 조선사들이 한국과 중국에 뒤처진 자국 조선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일본은 1970, 80년대만 해도 전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중국, 한국에 밀려 3위로 뒤처졌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 산업계도 본격적인 조선업 역량 되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해운사와 조선사들이 조선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원팀’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일본우선(NYK),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 등 해운 대기업 3사가 이마바리조선,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출자하는 선박 설계사 마일스(MILES)에 자본 참여를 결정한 것. 현재 미쓰비시중공업은 마일스 지분의 51%를, 이마바리조선은 49%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이마바리조선의 지분 일부를 해운 3사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경영 참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일본 해운사와 조선사가 자본 측면에서 하나가 돼 선박 개발 체제를 구축하는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해운 3사는 차세대 선박의 설계 기반을 마일스로 집약해 사양 요구를 반영하고, 설계 범위도 보다 다양한 선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표준화된 설계 모델을 만들어 일본 조선업 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 조선사에 발주해 왔던 LNG 운반선도 일본으로 돌리며 자국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조선업 부활을 위한 지원과 제도 정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35년까지 현재의 건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조선업계가 약 3500억 엔(약 3조3000억원)씩 출연하는 등 민관이 총 1조 엔(약 9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간 통합·합병을 다루는 독점금지법을 조선업에 대해선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 공정위는 18일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이 2위 업체인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자회사화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두 회사의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50%가 넘지만, 한국 및 중국에 맞서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조선업 점유율(선박 인도량 기준)은 중국 54.7%, 한국 28.1%, 일본 12.8%, 미국 1% 미만이다. 미국은 중국의 조선업을 견제하고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 일본의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닛케이는 “조선업은 일본의 경제안보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을 위해서도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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