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비전제로’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켈리 니콜 영국 산업안전보건협회(IOSH) 회장, 퍼닐레 타우 휴먼하우스 인터내셔널 비전제로 컨설팅 부사장, 아즐란 다루스 말레이시아 사회보장기구(PERKESO) 예방·의학·재활 부문 국장, 호 시옹 힌 싱가포르 고용노동부 국제 산업안전보건 고문. 싱가포르=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산업재해 예방에 1달러를 투자하면 2.2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전과 보건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퍼닐레 타우 휴먼하우스 인터내셔널 비전제로 컨설팅 부사장)
이달 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아시아 산업안전보건 박람회’에서 ‘비전제로(Vision Zero)’ 컨퍼런스 패널로 참여한 타우 부사장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가 3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이 사고 예방에 투자하면 산업재해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우수 인력 채용에도 도움이 되고, 생산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비전제로는 2017년 국제사회보장협회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 선포하면서 전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모든 사고는 예방할 수 있고, 누구도 일터에서 사망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무재해 일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130개국의 1만1000여 개 기업이 캠페인을 이어나가고 있다.
행사 참석자들은 비전제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즐란 다루스 말레이시아 사회보장기구(PERKESO) 예방·의학·재활 부문 국장은 “기업들이 목표를 정할 때 ‘사고 1건’으로 정하는 건 말이 안된다. ‘우리 회사에서 사망자가 나와도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도 산재 사망은 1건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 시옹 힌 싱가포르 고용노동부 국제 산업안전보건 고문도 “비전제로를 처음 소개하면 흔히 ‘불가능하다, 비현실적이다’이라는 반응이 따라온다”며 “비전제로는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각 사고 뒤에는 한 사람과 가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싱가포르 산업안전보건 박람회장에 놓인 ‘비전제로’ 관련 교육 프로그램 안내문.비전제로를 위해서는 사고 건수나 재해율 등 사후 지표보다는 예방노력 등 선행지표가 중요하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타우 부사장은 “경영진은 예방 수준을 괜찮다고 보는 반면, 현장 근로자는 부족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현실을 다르게 보는 간극부터 드러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 고문은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벌금이나 처벌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는 비전 제로 수준의 안전을 달성하기 어렵고, 구성원 스스로가 ‘우리가 원해서 안전하게 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비전제로의 ‘7가지 황금원칙’도 강조했다. 이 원칙은 △리더십을 가져라 △위험 요인을 알아차려라 △목표를 세워라 △안전하고 건강한 시스템을 갖춰라 △안전한 기계와 장비,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라 △역량을 강화하라 △사람에 투자하라 로 구성된 7가지 원칙이다. 이들은 “회사 경영진은 왜 안전이 중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실행할지에 특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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