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내란 가담 민주주의 테러”… 한덕수 “절망만 사무쳐” 최후 진술

  • 동아일보

[한덕수 징역 15년 구형] 한덕수 1심 내년 1월21일 선고
특검, 1980년 내란 판결문 인용해… “막중한 책임 고위직 변명 용납안돼”
사후 계엄선포문-위증 혐의 비판
韓, 15년 구형 순간 미동도 안해

미리 써온 최후 진술 5분간 읽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미리 써온 최후 진술 5분간 읽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됐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한덕수 전 국무총리(76)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결심공판에 나온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엄벌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검은 1980년 5·17 내란 가담자였던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 판결문을 인용하며 “당시 법원은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지위가 낮은 관리)의 일이고, 피고인처럼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특검 “국민 충격과 트라우마 여전” 엄벌 강조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조목조목 짚으며 이같이 말하는 동안 한 전 총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은) 수십 년간 쌓은 민주화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추락시킨 사건이다. 국민의 충격과 트라우마도 여전하다”며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관계자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경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들은 한 전 총리가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막기는커녕, 손 놓고 있거나(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일부는 도왔다고(내란 주요 임무 종사 혐의) 보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권한 행사에 반대해야 할 한 전 총리가 이런 의무를 어겼다는 것이다.

특히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윤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거나, 자신의 부서가 담긴 계엄 선포문을 사후적으로 작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특검은 “국무회의를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윤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허위의 비상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수사가 개시되자 이를 임의로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받거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계엄 선포문을 받는 그의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자 위증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며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해하기 위해 위증한 것”이라며 “중요한 헌재 재판에서 진실한 증언이 요구됐는데도 국민적인 열망을 저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피고인은 용납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 韓 “계엄 도운 적 없어… 절망만 사무쳐”

특검이 징역 15년을 구형할 때도 미동 없이 앞만 바라보던 한 전 총리는 재판 말미 재판장을 향해 일어나 “그날 밤 혼란한 기억을 복기할수록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이 사무친다”며 미리 작성해 온 최후 진술을 5분여간 읽어 나갔다.

그는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대한민국은 내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길의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내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국무총리에게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을 헌법과 법률상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특검의 구형은 내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가운데 나온 첫 번째 구형이다. 선고 공판도 내년 1월 21일로 예정돼 내란 혐의 관련 피고인 중에선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부장판사는 “내란은 조직적인 범죄”라며 “한 전 총리의 선고 형량에 따라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형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죄는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해 두 혐의 중 하나를 선택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정할 수 있다. 1970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총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 대사로 임명되는 등 역대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정통 관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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