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술가 더그 에이트킨 인터뷰
시각적 음악 흐르는 광화문 기획
사람-사람, 문화-문화 잇는 작업
건축이 예술 되는 모습 보게 될 것
사진작가 아미 수(Ami Sioux)가 촬영한 더그 에이트킨. 더그 에이트킨 워크숍 제공
2017년 제작된 ‘미라지(Mirage)’는 아크릴 거울과 스틸, 합판으로 제작된 구조물이 사막 풍경을 그대로 반사하며 주변 환경과 완전히 동화되는 설치 작품이다. 사진은 코너 맥피(Conner Macphee)가 촬영했고, 데저트 X의 협조로 제공됐다. 더그 에이트킨 워크숍 제공
2000년 제작된 ‘블로 데브리(Blow Debris)’를 내년 1월부터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9채널 비디오(컬러, 사운드), 9개의 프로젝션, 세 개의 방으로 구성된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사진은 더그 에이트킨 워크숍이 촬영했으며 작가, 303 갤러리(뉴욕), 에바 프레젠후버 갤러리(취리히), 빅토리아 미로(런던), 리건 프로젝트(로스앤젤레스)의 협조로 제공됐다. 더그 에이트킨 워크숍 제공미국 워싱턴 ‘공공미디어아트의 성지’인 허시혼 미술관 외벽을 감싼 거대한 영상, 캘리포니아 사막 위에서 풍경 속으로 사라지듯 반짝이던 거울 건축, 샌타카탈리나섬 바닷속에서 생명처럼 흔들리던 수중 조각. 지난 20여 년간 영상과 건축을 넘나들며 도시 풍경을 ‘움직이는 예술’로 바꿔온 더그 에이트킨(57)의 작업들이다.
에이트킨은 1999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황금사자상은 현대미술 최고 권위를 가진 상 중 하나다. 그의 작품은 공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오브제가 아니다. 도시와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완성되는 양방향 예술 작품이다. 작품이 놓인 공간이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는 이유다. 에이트킨의 작품이 다음 달 12일 서울의 심장 광화문으로 향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의 대표 연말 행사로 자리 잡은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이다. 에이트킨의 미디어아트 대표작 ‘송(SONG) 1’은 행사 메인 무대인 경복궁 광화문 외벽을 밝힌다. 송 1은 올해 서울라이트 광화문의 주제 ‘광화, 빛으로 숨쉬다’에 맞춰 ‘빛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에이트킨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광화문은 역사와 강렬함을 동시에 지닌 장소”라며 “그 공간이 다시 숨 쉬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먼저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참여 계기와 광화문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은….
“광화문은 정말 놀라운 공간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그 자체로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전통적인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숨 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 작품 ‘송 1’은 전통적 공간을 ‘시각적 음악(visual music)’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이다. 음악처럼 흐르는 빛의 움직임이 건축 위를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가 이야기처럼 확장된다.”
―‘송 1’은 어떤 작품이며, 서울라이트 광화문 주제와 어떤 연결점이 있나.
“‘송 1’은 제 작업 중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이다. 1934년 재즈 스탠더드 ‘당신밖엔 안 보이죠(I Only Have Eyes for You)’를 중심에 두고 여러 인물의 목소리와 도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엮어 만든 35분 길이의 영상 작품이다. 배우 틸다 스윈턴과 뮤지션 벡 등이 참여해 노래를 재해석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도시의 얼굴·빛·속도와 함께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관객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음악과 영상 속을 걸어 들어가는 사람처럼 경험을 쌓게 된다. ‘송 1’은 여러 나라와 문화권에서 상영돼 왔지만 한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인다. 서울 버전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제작된다.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잇는 작업이다. 경계나 장벽 없이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국경 없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는 시민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지금 우리는 예술과 문화의 놀라운 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같은 작업을 통해 우리는 건축이 예술로 변모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도시 곳곳에서 예술과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은 화면과 액자 너머의 세계에서 예술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것을 넘어, 예술을 찾아 나서고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아울러 현대 도시에서의 감정, 시간, 소리의 파편이 어떻게 관객의 감각을 흔들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신작 ‘블로 데브리(Blow Debris)’가 내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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