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일선 검사장 18명중 다수의 검사장들이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은 항명이 아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사 징계의 근거인 항명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검사 징계 움직임에 반발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최선임 검사장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과 송강 광주고검장(29기)이 전날 사표를 낸 데 대해 “사표 수리를 보류한 뒤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 일선 검사장들 “항명 아냐”
당시 이름을 올렸던 한 검사장은 18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검사장들의 설명 요구는 말 그대로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이지 항명이 아니다”며 “바깥에서 괜한 해석이 덧붙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여당이) 검사장들이 쓴 문헌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도 했다. 앞서 박 검사장을 비롯한 일선 지검장 18명은 10일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의 자세한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는 입장문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이날 신대경 전주지검장 역시 주변에 “중요 사건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면 구성원의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일선 기관장으로서 설명을 정중히 요청한 것”이라며 “그렇게(항명이라고) 프레이밍 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의를 표명한 박재억 검사장과 송강 고검장 또한 같은 맥락에서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與 공세에도 정성호 장관은 장고 들어가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전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사표 수리 대신 징계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본인들이 자기 딴에는 최고 선임이기 때문에 전체를 끌고 간다는 차원에서 사퇴를 한 것 같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당에서 요구한 대로 징계 절차를 밟아서 집단 항명을 추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원내대변인은 “당과 협의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검찰청도 폐지되고 그러니 본인들이 최선임으로서 멋있게 사표 쓰고 총대메는 쇼를 연출하려는 의도 같다”며 “집단 항명이 이미 일어난 것이고 국가공무원법 66조(집단행위 금지)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제 사견”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같은 당 김승원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송 고검장과 박 검사장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나가서 변호사 업무가 더 잘 되고 후배나 동료 검사들이 사건을 봐줄 가능성도 높아 잃을 게 없다”며 “징계 절차가 끝난 다음에 (사표 수리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공개 언급을 자제한 채 추가 파장을 가늠하며 전날에 이어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에) 나가 계신다. 지금 (검사 징계 등에 대해)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정 장관은 박 검사장 등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고,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점을 두는지’를 묻는 질문엔 “검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저희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송 고검장과 박 검사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검사장의 경우 시민단체로부터 (집단 행동했다는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있어 퇴직 적절성 여부를 따지느라 당장 사표 수리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여러 고위직이 사표를 낸 상황이라 정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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