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서 자주포 美선 군함 제조… “핵잠, 한미 병행건조해 역량 키워야”

  • 동아일보

[퓨처테크로 무장한 K방산] 〈3〉 韓과 해외 거점 ‘트윈생산’ 전략
현대로템-폴란드, HD현대-인도 등
韓엔 R&D기지 갖춘 마더팩토리… 생산기반은 해외로 확장 ‘투 트랙’
필리조선소서 美핵잠 만들고… 국내선 ‘한국형 핵잠’ 건조론 부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호주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빅토리아주 질롱시 인근에 자주포와 장갑차를 생산하는 ‘H-ACE’ 공장을 준공했다. 올 상반기(1∼6월)에는 이곳의 2단계 건설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차의 호주 현지 사양인 AS9, AS10을 비롯해 현지 맞춤형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이 생산된다.

2020년대 들어 K방산 제품의 해외 수출이 늘면서 한국 방산기업들의 해외 생산공장 건설도 함께 활발해지고 있다. 연구개발(R&D) 기지를 비롯한 핵심 생산 시설인 ‘마더팩토리’는 한국에 두면서 생산 기반은 해외로 확장하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 핵심은 한국에, 첨병은 세계로

현대로템은 2022년에 이어 올해 폴란드와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맺으며 이 중 일부를 현지에서 만들기로 했다.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의 자회사인 ‘부마르’의 생산 공장에 K2 전차의 폴란드형 사양인 K2PL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계약 물량 중 일부를 생산할 예정이다. 9월 독일 뮌헨에 유럽 대표사무소를 개소한 LIG넥스원은 미국 내에서도 생산 시설 확보에 나섰다.

방산기업들은 한국에 있는 마더팩토리와 현지 공장 동시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현지형 K2 모델인 K2PL 64대 중 시제품 3대는 한국에서, 나머지 61대는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기술 협력이나 현지 생산을 요구한다”며 “현지 생산라인은 이런 요구에 대응하면서 주변국 시장까지 저변을 넓히는 확장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HD현대 국영 코친조선소(상륙함 공동 개발)
HD현대 국영 코친조선소(상륙함 공동 개발)
HD현대도 현재 가장 활발하게 해외 진출에 나서는 조선 기업으로 꼽힌다. 필리핀 수비크만의 ‘HD현대 필리핀조선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상선뿐만 아니라 군수 분야까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HD현대는 미국뿐만 아니라 향후 방산 조선업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각국의 조선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미시시피 조선소를 보유한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방산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올해 말로 예정된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 사업에 도전할 방침이다.

● “핵잠 한미 동시 생산으로 건조능력 키워야”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인수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인수
한국과 해외 동시 생산은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조선 방산업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현재 상선 건조에 맞춰진 이 조선소를 잠수함과 군함도 건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마침 지난달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잠수함 원료 공급을 허가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핵잠수함은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치권과 방산업계에서는 필리조선소가 방산업계 생산 거점 확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잠을, 한국 조선소에서는 기술 공유를 통해 한국형 핵잠을 건조하는 ‘트윈 체제’를 마련한다면 양국 모두 이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국이 합의한 마스가 펀드 1500억 달러(약 218조 원)를 활용하면 미국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비용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핵잠의 한미 병행 건조 등이 실현되면 방산업계가 생산 인프라와 건조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CE#K방산#한국 방산기업#마더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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