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美대선 직전 방영 다큐서
‘애국 목소리 내자’→‘싸우자’로 편집
前이사회 의장 ‘총리 대출 보증’ 등
BBC, 최근 수차례 구설 휘말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1년 1월 연설을 짜깁기한 방송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팀 데이비 사장, 데버라 터네스 뉴스보도 총괄 책임자가 9일 사퇴했다. 가구당 175.5파운드(약 33만5000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는 이번 사건 외에도 최근 여러 차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BBC는 지난해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같은 해 10월 특집 다큐멘터리 ‘트럼프: 두 번째 기회?’를 방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분노한 그의 지지층은 이듬해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는데 이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방송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의회로 간다. 나도 거기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지옥에서처럼 (필사적으로) 싸우자”고 발언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그의 진짜 발언은 “의회로 가서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목소리를 내자”였다. ‘지옥처럼 싸우자’는 발언은 해당 발언 약 54분 후에야 등장한다.
즉, BBC는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자”는 발언은 쏙 빼버린 채 “싸우자”라는 발언을 ‘의회로 간다’는 발언 바로 뒤에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지지층의 의회 난입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마이클 프레스콧 전 BBC 자문위원이 BBC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4일 텔레그래프가 기사화하며 알려졌다. 프레스콧 전 위원은 이번 서한에서 BBC 아랍어 뉴스가 의도적으로 반(反)이스라엘 경향을 띠고 있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비 사장 등의 사퇴 소식을 반겼다. 그는 10일 트루스소셜에 “BBC 최고 인사들이 사임하거나 해고됐다. 나의 훌륭한 연설을 ‘조작하다’ 들켰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매우 부정직한 사람들로 대선 저울추를 조작하려 했다”고 썼다.
BBC는 최근 수차례 구설에 휘말렸다. 리처드 샤프 전 이사회 의장은 취임 당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거액 대출을 도왔던 이력을 공개하지 않아 2023년 6월 중도 사퇴했다. 샤프 전 의장은 친구를 BBC 자문역에 취업시킨 의혹도 받고 있다. 같은 해 3월에는 보수당의 반(反)난민 정책을 비판한 축구 프로그램 진행자 게리 리네커를 하차시켜 시청자들의 반발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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