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노벨상 받으려면 자율성-실패 허용해야”

  • 동아일보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나노 석학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대 교수 방한
“연구자가 도약하려면 실험정신 필요
3년 단위 아닌 장기적 평가 문화를”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 위원인 에바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과대 교수(오른쪽)와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올손 교수는 이날 “창의적 연구를 위해선 실패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 위원인 에바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과대 교수(오른쪽)와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올손 교수는 이날 “창의적 연구를 위해선 실패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천 개의 아이디어 중 단 하나만 흥미로워도 행복한 거죠.”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 에바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대 교수는 알프레드 노벨의 명언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의 도전 정신과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노벨상 발표에서 일본은 잇따라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이 부문 수상자가 없다. 이날 올손 교수가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과 함께 ‘차기 노벨상급 연구자를 키우기 위한 한국 과학의 과제’를 주제로 대담한 이유다. 나노·생물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현미경 분석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올손 교수는 무엇보다도 자율성과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가) 큰 도약을 하려면 용기와 실험정신이 필요한데, 3년 단위 과제에서 매번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겠냐”고 되물었다. 한국의 연구비 제도는 대부분 2, 3년 주기로 성과를 평가하게 돼 있다. 김 부총장도 “현재 연구평가 체계는 논문과 특허의 수, 즉 양적 성과에 매몰돼 있다”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젊은 연구자가 장기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손 교수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선 활발한 국제적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의 연구와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건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국제 학회에서 토론할 기회를 얻을 때 새로운 발견이 싹튼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응용과학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물리·화학 등 순수과학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두 축”이라며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은 준비된 기초연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이미 세계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지만, 세대를 잇는 학문적 전통이 부족하다”며 “노벨상은 한 세대의 성과가 아니라 축적된 문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노벨상#에바 올손#연구 문화#실패 허용#국제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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