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미우리, 트럼프 SNS 발언 조명
“G2라 부른 전례 없어 파문 부를 것”
더디플로맷 “美-中 동등한 존재 인정,
中이 갈망하던 것… 동맹에 불안 신호”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부산=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일컬어 ‘G2’라고 잇달아 부른 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파문을 부를 것”이라고 전했고, 미국 외교전문지도 “중국이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으로 시진핑 주석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중국과의 관계나 협상에 무게를 두고, 기존 G7 국가들과의 갈등이 잦아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G2 회담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썼다. 요미우리는 “G2라는 표현에는 향후 세계 질서를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며 “그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중 관계를 G2라고 표현한 예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경주에서 시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열기 이전에도 “G2 회담이 곧 개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영구적인 평화와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G2는 미국 경제학자가 2005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의 경제 및 무역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이 개념이 점점 지정학적 개념으로 발전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미중 간 협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비슷한 개념으로 중국이 내세우는 ‘신형 국제 관계’가 있다가”고 분석했다. 2013년경부터 제시된 것으로, 전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 질서에 맞서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요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을 G2라고 표현한 진의는 불분명하다”며 “동맹국을 동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왼쪽 두번째) 등 다른 정상들이 대립하는 모습. 퀘벡=AP 뉴시스앞서 지난달 31일에도 미국 정치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트럼프와 시진핑이 G2의 유령을 되살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G2’ 발언을 심층 분석했다.
더디플로맷은 “이 발언에는 무거운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워싱턴과 베이징이 세계 정세를 이끌어간다는, 한때 양측이 주장했다가 묵살됐던 구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더디플로맷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베이징에 더 큰 책임을 요구하면서 G2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과 베이징을 국제 질서에 대해 일종의 ‘공동 관리자’로 간주한 것이다.
중국은 당시만 해도 조용히 국력을 기른다는 기조하에 G2라는 개념을 무시했다. 자칫 세계의 주목과 미국의 경계심을 부를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덩샤오핑 원칙’은 2012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했고, 중국은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글로벌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관심이 없었고, 미국과 중국을 지칭해야 할 때는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 정도로 불렀다고 더디플로맷은 전했다.
더디플로맷은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G2라고 부른 것은 “최소한 중국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베이징에 기분 좋은 소식”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오랫동안 갈망해 온 것”이라고 했다.
더디플로맷은 이를 “시 주석의 외교적 승리”라며 “워싱턴의 동맹국들에게는 불안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근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국가와 무역 협상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7 국가인 캐나다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놓고 충돌하다 이번 경주 APEC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명 ‘관세 비판 광고’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무역 협상이 타결됐지만 대미 투자액 액수 등을 놓고 양국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등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경주 APEC 개막 전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의 고위급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로 대변되는 나머지 G6 국가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G6 정상들과 ‘관세 폭탄’ 문제를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관세 장벽을 없애자”는 G7의 공동 성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 적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성명 채택이 무산되기도 했다.
올해 8월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연합(EU) 정상들의 회동 사진. 백악관 엑스(트위터)올해 8월에는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연합(EU) 정상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결단의 책상’에 안쪽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나머지 정상들은 부채꼴 모양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보고 앉아 있는 구도였다.
당시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썽꾸러기 학생을 꾸짖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혹스러운 파워 플레이’(Power play·힘을 과시하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취하는 전략)”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