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이어진 차별의 역사

  • 동아일보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홍성수 지음/252쪽·1만8800원·어크로스


흑사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자, 당대 사람들은 하층민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러 팬데믹이 닥치자, 서구권에선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인과 아시아인을 지목했다. 한국 사회 역시 다양한 일을 계기로 ‘혐중’을 비롯한 증오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이 같은 혐오와 차별은 대부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돌이켜 봤을 때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역사적으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엉뚱한 희생양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차별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용됐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일상에 교묘히 파고들어 구분조차 어려운 차별에 대해 차근차근하게 설명한 책이다. 차별의 정의와 종류,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법적 기준으로 두루 살폈다. 예컨대 차별을 하도록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경우, 그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차별이다. 이를 ‘차별 지시’라고 부른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차별에 관한 여러 쟁점을 다루며 역차별 논란의 이면에 깔린 허구성 등을 짚었다.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여성 전용 공간 마련 등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성차별이 남녀에게 동등한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법개념에서 남성 차별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주된 정책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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