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최근 1만4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인공지능(AI)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인력 감축이 전적으로 AI 때문만은 아니며, 경제 순환 요인과 팬데믹 시기의 과도한 채용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예일대 재정·정책 연구기관 버짓랩 미사 김벨 전무이사는 “최근 잇따른 기업인들의 발언을 근거로 AI의 고용 영향력을 판단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라며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모두가 과도하게 불안해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발표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미국 기업들은 ‘AI 도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교육 업체 체그(Chegg)는 ‘AI의 새로운 현실’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45%를 감축했고,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AI 에이전트가 고객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4000개 직무를 없앴다.
국제 화물 운송사 UPS 역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감원 사유로 언급하며 지난해 이후 4만800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감원이 경기 순환과 기업 구조조정의 일반적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한다.
김벨 이사는 “팬데믹 초기 연준이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자 기업들이 빠르게 채용을 확대했다”며 “이 시기의 과도한 인력 충원이 현재 감축의 구조적 원인으로, AI 붐과는 별개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엔리코 모레티 교수는 “팬데믹 기간 과잉 채용에 따른 인력 조정이 최근 대량 해고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로렌스 슈미트 교수도 “아마존이 자동화가 가능한 분야의 채용을 축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치”라며 “앞으로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일자리의 재배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I의 영향이 특정 직군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 모건 프랭크 교수는 “챗GPT 출시 직후 실업수당 신청이 급등한 직군은 사무·행정직에 국한됐다”며 “컴퓨터·수학 관련 직군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은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1677억 달러(약 125조원)로, 월가 전망을 상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