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오전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회담은 1시간 40분 만에 종료됐다. 김해공항=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0일 정상회담을 열고 상대를 겨냥한 강경한 무역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합성마약 ‘펜타닐’ 단속 미흡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 중인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고, 중국은 최근 발표한 강화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일로로 치닫던 중, 두 나라가 일단 상대를 겨눈 치명적인 무기는 거둬들이며 ‘휴전’에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가장 민감한 안보 의제로 여겨져 온 ‘대만 문제’도 정상회담 중 논의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됐고, 다음주 중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정상회담 뒤 6년 4개월여 만에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이 직접 담판을 통해 극한 대립은 피하기로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여겨져 온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한숨 고르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준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도 많아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미중 정상은 이날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40여 분간 확대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회담 뒤 곧장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에서 들어오는 펜타닐 때문에 20% 관세를 부과했었는데, 그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면서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막대한 양의 미국산 대두(大豆)와 다른 농산물도 즉시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올해 안에 1200만t,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t의 대두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은 상대국의 해운·물류·조선 산업과 관련해 부과한 조치도 서로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 대해선 큰 폭의 규제 완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중국과 협의할 것이고, ‘블랙웰’(엔비디아 개발 첨단 반도체)은 논의에 포함 안 됐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의제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측이 원활한 무역 협상을 위해 대만 문제는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획도 구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면서 “그 이후엔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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