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10년 납입, 만 55세 이상 대상… 보험금 최대 90%까지 활용
연령 높을수록 더 많이 수령
한화-삼성-교보 등 5개 보험사, 오늘부터 ‘연 지급형’ 우선 출시
내년엔 ‘월 지급형’ 신청 가능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최근에 출시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잘 활용하면 은퇴한 뒤에도 생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노후 소득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은퇴 희망 연령은 65세이지만 현실에선 56세에 직장을 그만둔다.”
최근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직장인 상당수는 정년인 60세보다 4, 5년 정도 빨리 그만둔다. 퇴직한 뒤 국민연금을 받기 이전인 64세까지 10년 가까이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연금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90.9%가 기초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1개 이상의 연금을 수령하지만 연금 수령 직전까지 절반 정도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자녀 학비 등은 여전히 필요하고 의료비, 돌봄 비용 등이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중장년층들은 은퇴 이후 소득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30일부터 관련 보험상품을 처음 출시한다. ● 55세 이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가입자 대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55세 이상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사망보험금 9억 원 이하 △계약기간 및 납입기간 10년 이상 △보험료 납입 완료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아야 하고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는 월 적립식 계약만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유동화 특약이 부가된 상품에 신규 가입하는 경우라도 보험료 납입을 완료하고 가능 연령에 도달하는 등 신청 요건에 부합하면 대상이 된다. 사망보험금을 기준으로 최대 90%까지만 신청할 수 있으며 일시금 수령은 안 된다.
사망보험금 1억 원 중 90%를 55세부터 20년간 받는다고 하면 사망보험금 1000만 원과 월평균 12만7000원을 연금처럼 받는다. 고연령 계약자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으며 유동화 개시 시점과 수령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유동화를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 신청도 가능하다. 이후 재신청도 된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종신보험은 유족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사후 소득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비와 간병비 등으로 생전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직장에서 은퇴한 뒤 맞닥뜨리는 소득 공백을 보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면 고객센터-영업점 통해 신청 받아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보험사 가입자들은 30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1년 치 연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연 지급형’ 상품을 우선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 매달 지급하는 ‘월 지급형’ 상품도 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연 지급형 상품을 먼저 신청해도 향후 사정에 따라 월 지급형으로 변경할 수 있다.
1차 출시 유동화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 금액은 23조1000억 원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을 보유한 소비자에게 23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월 2일까지 대상 계약이 있는 전체 생보사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한다. 이에 따라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은 약 75만9000건, 35조4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대면 고객센터나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을 받는다. 노 실장은 “초창기 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 형태로 출시되지만 향후 유동화 금액을 현물이나 서비스로 제공하는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요양, 간병, 헬스케어 등 종합 서비스를 보험상품과 결합해 제공할 수 있다. 노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전담 안내 담당자를 두고 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이해를 돕는다. 유동화 철회권은 유동화 금액을 수령한 날로부터 15일이나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까지 행사할 수 있다. 보험사가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하면 3개월 이내에 취소가 가능하다. 이 밖에는 중도 취소가 불가능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노 실장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로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은 계약된 사망보험금의 총액과 예정 이율, 유동화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기간이 지날수록 약정된 금리만큼 이자가 붙기 때문에 받는 금액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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