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스트롱맨들이 세계 안보 해친다”

  • 뉴시스(신문)

규칙·합의 대신 개인 의지로 통치하는 지도자들
동맹 약화, 분쟁 증가, 불확실성의 일상화 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2025.10.29.[오사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2025.10.29.[오사카=AP/뉴시스]
19세기까지 인류 역사는 ‘강한 남자들(Strongmen)’이 주도했다.

20세기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야 세계는 처음으로 협의적 통치를 통해 제도·동맹·규칙을 강화함으로써 전례 없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세계가 다시 강한 남자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선출된 강한 남자의 기원: 개인화된 정당이 내부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과정(The Origins of Elected Strongmen: How Personalist Parties Destroy Democracy From Within)”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들인 에리카 프란츠, 안드레아 켄달-테일러, 조지프 라이트 3인은 28일(현지시각)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그같이 주장했다.

“강한 남자 통치자들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A New Era of Strongman Rulers Is Upon Us)”는 글에서 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회담이 세계의 안정성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한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나눌 예정인 대화나 합의는 국내 정치나 제도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두 지도자 사이의 일시적 휴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동맹이 약화되고, 폭력적 분쟁이 나타나며,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이유는 규칙과 합의가 아니라 개인의 의지로 통치하는 지도자들이 세상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미중 관계 안정 못 시켜

세계 곳곳에서 이런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 엘살바도르의 나입 부켈레,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북한의 김정은 같은 이미 확립된 독재자들까지.

중국과 미국도 비슷한 정치적 스타일의 인물들이 통치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몇 년 동안 세계는 더 많은 위험에 직면하고 더 큰 변화가 발생하며 오판과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트럼프와 시, 미국과 중국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치 체제를 자기 의지에 맞게 휘어 잡으려 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장악해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었다. 시는 마오쩌둥조차 부러워했을 정도의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이들은 협상에서 큰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합의든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을 초래한다.

◆믿지 못할 스트롱맨 통치자 시대 도래

‘강한 남자들’은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다. 충성파들로 둘러싸여 있고 견제를 받지 않는 이들은 약속을 어기거나 갑자기 노선을 바꿔도 국내에서 거의 타격을 입지 않는다.

제약을 받지 않는 강한 남자들의 존재는 세계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 ‘강한 남자들’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킬 책임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위협은 신뢰할 수 없다.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은 실제로 어디까지가 ‘금지선(red line)’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휴전을 여러 차례 최후통첩했지만 푸틴은 이를 체계적으로 무시해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제 행위의 안전장치가 사라지고, 그만큼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 예스맨들에 둘러싸인 독재적 지도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을 시작하고, 분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 사례다. 아첨꾼들에 둘러싸인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심각하게 오판해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가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혐의자들을 법 절차 없이 살해한 사건이나,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 역시 같은 위험 감수의 연장선에 있다.

시진핑 휘하의 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벌이고 있는 대담한 군사 행동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 충돌이 이미 증가하고 있고 이런 지도자들이 권좌에 있는 한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강한 남자’의 통치는 경제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 성장과 평등 악화하고 부패 촉진

이런 지도자들은 중앙은행 같은 독립적 국내 기관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공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개인 독재 체제에서는 경제 성장과 평등이 악화되기 일쑤다. 그런 체제는 부를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시키고, 일관된 정책에 의존하는 민간 투자를 억제하며, 교육·의료·인프라 같은 필수 공공재를 소홀히 한다.

트럼프가 중국 및 다른 무역 파트너들과 시작한 무역전쟁은 이미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전 세계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남자’들은 종종 자신과 측근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며 자국 경제를 훼손한다.

예컨대 시의 가족은 반부패 캠페인으로 정적들을 숙청하는 동안 1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통제받지 않는 두 번째 임기 동안 그의 가족이 중동 부동산, 암호화폐, 라이선스 수수료 관련 거래에 참여한 사례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의 적’ 조작해 탄압 강화

독재자들은 또 ‘내부의 적’이라는 공포를 조작해 탄압을 강화한다.

시의 정권은 반대파 언론인과 인권 변호사들을 투옥하거나 침묵시켰고, 신장 지역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위협을 과장해 극단적인 탄압을 정당화했으며,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홍콩의 옛 자유를 말살했다.

트럼프 정부는 민주당 거점 지역들에서 이민 단속을 벌이고 주방위군을 배치해 사유재산을 파괴하고 미국 시민들을 구금했다. 그는 정치적 이유로 적대 세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미국 정부의 독립 기관들을 장악하려 했다.

정치 제도와 규범에 가해지는 피해는 심각하며 복구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사실 역사 대부분에서 ‘정상’이었다. 오직 지난 한 세기 동안, 특히 전후 시대에 들어서야 통치가 더 협의적이 되었고, 제도·동맹·규칙이 굳건히 자리 잡으면서 전례 없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렸다.

그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 트럼프와 시의 만남은 안정적 미·중 관계의 신호가 되기보다 예측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큰 ‘강한 남자’ 통치가 되살아났음을 새롭게 확인시켜줄 지도 모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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