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휴전압박 약한 틈에… 우크라 동부 요충지 대혈투

  • 동아일보

러-우크라, 백병전속 폭발 드론까지… 영토 한 뼘이라도 더 얻으려 공방
러 ‘핵 추진 순항미사일 성공’ 발표에… 트럼프 “러 코앞 우리 핵잠수함 있다”
젤렌스키 “미중회담, 러 원유 통제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협상 중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요 접경지에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을 순방 중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이 의제에서 떨어져 있는 틈을 타 최대한 많은 영토를 확보하고, 이를 향후 협상에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양측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를 둘러싸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참은 26일 약 200명의 러시아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포크로우스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또한 증원군을 배치해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백병전 외에도 전선의 20km 전후에서 폭발물을 실은 무인기(드론)로 보급 차량 등도 공격하고 있다.

● 러-우, 포크로우스크서 혈투

현재 러시아군은 “포크로우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포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물자 조달 또한 어렵지만 러시아군을 몰아내야 한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추적하는 플랫폼 ‘딥스테이트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 8월 러시아에 빼앗겼던 포크로우스크 북쪽 마을 3곳을 26일 탈환했다.

도네츠크주는 이번 휴전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약 75%를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네츠크주 전체를 넘겨주지 않으면 휴전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는 결사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휴전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를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러시아의 핵 추진 순항미사일 실험을 위협 행위로 보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은) 러시아 해안 바로 앞에 핵잠수함을 두고 있다. 8000마일(약 1만3000km)을 날아갈 필요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그는 “푸틴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1주일 만에 끝났어야 할 전쟁이 이제 곧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며 “그는 미사일을 시험할 게 아니라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측이 26일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논평이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부레베스트니크가 약 15시간 동안 최소 1만4000km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최신형보다 사거리와 비행시간이 각각 5배 이상 길다. 또 부레베스트니크의 사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라 핵탄두를 싣고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젤렌스키 “中, 러 원유 수입 줄여야”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 주석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를 약속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 루코일 등을 제재한 것 또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로 번 돈의 대부분을 전쟁 자금으로 쓰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에너지 회사에 대한 미국의 새 제재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50%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매달 최대 5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하기를 바란다”며 거듭 중국 측을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도 거듭 요청했다. 또한 그는 “푸틴은 이 미사일로 러시아 에너지 시설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 때에만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휴전 협상#러시아군#우크라이나군#혈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