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약속 현실화에 비판 목소리
그린 “이게 미국 우선주의인가”… 트럼프 지지 48%가 “지원 반대”
쇠고기 수입 쿼터 4배 확대에… 공화당 텃밭 농민 불만도 커져
(왼쪽부터)마저리 테일러 그린, 버니 샌더스, 랜드 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돕기 위해 400억 달러(약 58조 원)를 지원할 뜻을 밝히면서 미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1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공무원과 군인들의 월급이 끊겼고, 취약계층은 식량난에도 시달리고 있는데 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에 돈을 퍼주냐는 주장이다. 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공화당과 대통령의 지지층 또한 이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 공화-민주당, 한목소리로 트럼프 비판
친(親)민주당 성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26일 ‘X’에 “셧다운 기간 트럼프는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를, 억만장자들과 즐길 백악관 내 연회장 건설에는 3억 달러(약 4350억 원)를 쓰기로 했지만 수백만 명의 미국 어린이가 굶주리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자금은 집행하지 않았다. 얼마나 잔인한 일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앤지 크레이그, 로사 딜로로 하원의원 등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굶주린 미국인들을 위한 예산은 동결하면서 수천억 달러를 아르헨티나로 빼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 중 가장 잔혹하고 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자 트럼프’란 별명을 갖고 있는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또한 이례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린 의원은 ‘X’에 “미국인들은 높은 생활비와 급등하는 보험료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다수는 저축이 전혀 없고 일부는 생존을 위해 신용카드 한도를 초과하고 있는데 400억 달러라는 납세자의 돈으로 외국(아르헨티나)을 구제하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도 거듭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앞서 22일 영국 시사 매체 이코노미스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 중 48%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경제 지원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 美농민 “아르헨산 소고기 수입 확대 안 돼”
특히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중부 농민층의 불만이 거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돕기 위해 금융 지원 외에도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 쿼터를 4배 늘려주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후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 농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소고기와 경쟁하는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를 왜 미국이 받아줘야 하느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농축산업이 핵심 산업인 아이오와, 켄터키주 등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나서서 “식량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면서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뿐 아니라 대두 수출에서도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세금으로 미국의 농산물 수출 경쟁국을 지원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시달렸던 밀레이 대통령과 집권 자유전진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26일 중간선거에서 여론조사 열세를 딛고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4일 “이번 선거에서 밀레이가 지면 이 같은 지원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대가로 우라늄, 리튬 등 아르헨티나의 광물 자원을 요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줄이라고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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