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15 워싱턴=AP/뉴시스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속한 강경 우파 성격의 집권 자유전진당이 26일 열린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후 줄곧 자신을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본떠 이 같은 승리 소감을 남겼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노선을 계승한 좌파 페론주의야당연합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선거 전 아르헨티나와의 200억 달러(약 29조 원) 통화 스와프 체결, 200억 달러의 별도 금융 지원 등을 약속하며 밀레이 대통령을 도왔다. 아르헨티나 페소를 직접 매입하며 달러 대비 하락을 막았고 아르헨티나산 쇠고기의 수입을 대폭 늘릴 뜻도 밝혔다. 특히 14일에는 “선거에서 밀레이가 지면 이 같은 지원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내정 간섭’ 비판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아르헨티나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로 밀레이 대통령은 2027년 12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계획했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긴축 정책을 계속할 발판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고 논평했다.
● 트럼프 “지원 철회” 압박에 아르헨 민심 요동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개표율 98.9% 기준 자유전진당은 40.68%를 득표해 페론주의야당연합(31.69%)을 눌렀다.
이번 선거에서는 6년 임기인 상원 72석 중 3분의 1인 24석, 4년 임기인 하원 257석 중 약 절반인 127석을 선출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절반 정도가 흐른 상황에서 치러지는 터라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자유전진당은 선출 상원 의석의 절반인 12석을 차지했다. 페론주의야당연합(7석)보다 훨씬 많다. 선출 하원 의석의 약 40%인 51석을 획득해 역시 페론주의야당연합(44석)을 앞질렀다. 이에 따라 자유전진당은 차기 의회에서 상원 18석, 하원 80석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입법권을 가진 하원에서 친(親)여당 성격의 군소 정당까지 규합하면 범여권의 합계 의석수는 110석에 달한다. 하원 3분의 1(86석)보다 훨씬 많아 야권의 각종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심상찮은 민심 이반에 시달렸다. 그는 집권 후 페소화 가치를 54% 평가 절하하며 수출 경쟁력을 회복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인 페소화 가치가 더 추락했고 외환보유액 또한 사실상 바닥났다. 이 와중에 그의 여동생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비서실장의 비위 의혹 등이 겹쳤다. 이 여파로 자유전진당은 전체 유권자의 40%가 몰려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런 밀레이 대통령을 구원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 집권 공화당 일각에서조차 “미국 납세자의 돈을 아르헨티나에 지원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다른 현지 매체 암비토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2주간 최소 18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에서 최대 21억 달러(약 3조450억 원)를 투입해 페소화 가치 하락을 방어했다.
● 트럼프, 선거 결과에 반색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 트루스소셜에 “압도적 승리를 거둔 밀레이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그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아르헨티나 국민에 의해서도 입증됐다”고 반색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또한 미국과 적극적으로 동맹을 맺으려는 국가들이 분명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에는 각종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6일 “대통령이 조만간 의원들에게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에 대한 잠재적 군사 작전 계획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해군 구축함 ‘USS그레이블리’가 같은 날 베네수엘라 인근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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