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치켜세운 트럼프-다카이치… “아베가 아껴” “유쾌한 사람”

  • 동아일보

트럼프, 2기 들어 日 첫 방문
아베 ‘진심 어린 환대’로 환심 얻어
다카이치, 친분-신뢰쌓기 공들일듯
희토류-AI-조선업 협력 논의

26일 일본 도쿄의 주일본 미국대사관 앞 도로의 출입이 통제된 채 여러 대의 경찰차가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29일 일본을 방문한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26일 일본 도쿄의 주일본 미국대사관 앞 도로의 출입이 통제된 채 여러 대의 경찰차가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29일 일본을 방문한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전날인 26일 오후 도쿄 미나토구 주일 미국대사관 앞.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촬영하자 경찰이 다가와 “무슨 목적이냐”며 검문을 시작했다. 취재라 말하고, 외무성이 발행한 ‘외국기자등록증’까지 보여준 뒤에야 경찰은 보내줬다.

인근 대로에서 대사관까지 이어진 약 150m 도로에는 삼중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약 50m마다 경찰이 배치됐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총리 관저 주변 경비도 삼엄했다. 일본 경시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경비에 사상 최대 수준인 1만8000명을 투입한다고 했다. 도쿄 정치외교 핵심부가 ‘요새화’되는 것이다.

● 트럼프 “아베가 아끼던 정치인” 다카이치 “유쾌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신임 총리는 25일 밤 첫 통화를 하며 ‘친분 쌓기’를 시작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나흘 만의 통화였다.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통화 후 기자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쾌활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매우 아꼈던 정치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동맹의 위상 강화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미일 정상회담 통화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그(다카이치)는 훌륭할 것이다. 위대한 남자였던 아베의 훌륭한 친구”라고 했다. 또 아베 전 총리를 두고는 “나의 훌륭한 친구였고, 멋진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집권 1기 때 세 번(2017년 11월 5∼7일 도쿄, 2019년 5월 25∼28일 도쿄, 2019년 6월 27∼29일 오사카) 일본을 찾았고, 그때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 어린 환대)’의 끝을 보여주며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2019년 국빈 방문 때 양 정상은 아침부터 골프, 스모 관람, 롯폰기 식사까지 약 11시간을 동행하며 세 끼를 함께 먹는 등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6년 4개월 만에 일본을 다시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없는 첫 방일’을 하게 된다.

이에 ‘다카이치표 환대’가 어떻게 펼쳐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정치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및 신뢰 쌓기에 공을 크게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 美日판 ‘마스가’로 조선업 협력 강화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일본 도착 후 나루히토 일왕을 만나고, 28일 미일 정상회담에 이은 오찬, 그리고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 요코스카 미군기지 시찰, 재계 간담회를 갖고 29일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민 납북자 가족 면담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방일 기간 면담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보적이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방일에 이어 29일부터 1박 2일간 이어지는 한국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직접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 조율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2019년 5월 방일 때는 납북자 가족을 면담했다.

미일 정상은 28일 회담을 통해 대중국 견제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특히 양국은 조선업 분야 협력과 관련된 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 기업이 함께 조선소 건설이나 정비에 투자할 예정이다. 각서 초안에는 “강력하고 혁신적인 조선업이 양국의 경제안보, 회복력, 경쟁력에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유사 버전이 미일 간에도 생기는 셈이다.

또 미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공급력 강화를 위한 협력 각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각서도 체결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미일 정상회담#대중국 견제#희토류 공급#조선업 협력#과학기술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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