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콘서트는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21일 오후 오프닝 곡 ‘헬로(Hello)’로 문을 연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5만5000명이 기다린 세월을 한풀이하듯 환호를 쏟아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동생 리암 갤러거(53)는 특유의 뒷짐 자세로 여유롭게 노래했고, 형 노엘 갤러거(58)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타를 연주했다.
●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마”
1991년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오아시스는 당대 브릿팝을 상징하는 밴드. 누적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을 넘겼고, 정규 앨범 7장 모두 영국차트 1위에 올렸다. 2009년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나, 지난해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재결합을 선언했다. 2009년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선 지 한 달 만에 갈라섰던 걸 떠올리면, 이날 공연은 감격을 넘어서는 울림이 오롯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은 기대보다 더 달콤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23곡의 세트리스트는 오아시스, 그 ‘잡채’(자체)였다. 헬기의 굉음이 강렬한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와 기성세대를 비꼬는 ‘섬 마잇 세이(Some Might Say)’의 짜릿함은 여전히 명불허전. ‘시가렛츠 앤 알코올(Cigarettes & Alcohol)’에선 리암의 제안에 따라 관객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좌우로 흔들며 기세는 점점 불타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함성에 갤러거 형제는 “뷰티풀”, “땡큐”를 외치며 화답했다.
두 형제의 음색이 주는 힘도 강렬했다. 특히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와 ‘톡 투나잇(Talk Tonight)’에선 노엘의 감성적인 보컬이 빛났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슬라이드 어웨이(Slide Away)’는 뭉클함마저 전해졌다. 거친 세월을 넘어 복원된 형제애가 묻어난달까. 리암의 목소리도 거칠지만 단단했다.
절정은 역시 ‘오아시스 베스트앨범’을 듣는 듯한, 메가히트곡이 집약된 앵콜.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과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관객의 떼창 속에 울려퍼지는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마”라는 가사에선 시공간을 아우르는 감동이 물씬했다.
● 청춘을 깨우는 90년대 밴드
이번 공연은 오아시스의 음악이 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예매 플랫폼 놀(NoL) 티켓에 따르면 관객의 63.2%가 10·20대. 30대까지 합치면 91.8%를 차지했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직접 체험한 적도 없는 이들이 공연장의 대부분을 채운 셈이다.
50대를 넘어 환갑에 가까운 오아시스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솔직한 감정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이 지금의 감수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형제의 난’이 유명한 ‘밈(meme)’이 됐던 영향도 한몫했다.
뭣보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감성’을 건드린다. ‘리브 포에버(Live Forever)’의 낭만과 ‘락앤롤 스타(Rock’n’Roll Star)’의 자의식, ‘Don’t Look Back in Anger’의 위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과거 명곡을 다시 소환하는 시대. 하지만 오아시스는 레트로도 복고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음의 불안과 자존감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 심장이 어디쯤에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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