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급제-포인트 혜택 결합한
디지털 전용 브랜드 첫선
포화 시장서 새 활로 개척
알뜰폰과 다른 ‘경험 카드’ 승부수
앱 하나로 가입부터 해지까지 가능한 ‘에어(air)’를 체험 중인 모델들. ‘에어’는 데이터 중심으로 단순화한 6개 구간 요금제와 셀프 개통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사라진 후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주인공은 바로 ‘에어(air)’. 이달 13일 출시된 에어는 공기처럼 가볍다는 의미로 매장도, 상담원도, 약정도 없이 앱 하나면 가입부터 해지까지 끝낼 수 있는 자급제 전용 디지털 통신 서비스다. 통신 시장이 이동통신사(MNO)와 알뜰폰(MVNO)으로 양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간 지대인 자급제폰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탄생했다. 자급제폰으로 유출되는 이용자를 막으며 2030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잡아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 고객이 원하는 미니멀리즘 요금제
에어의 특징은 ‘미니멀리즘’이다. 에어는 요금제, 부가서비스, 고객서비스(CS), 혜택 등 통신 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원점에서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SK텔레콤은 에어 서비스기획 당시 자급제 단말기를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통신사도 온라인에서 선택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따라서 기존 통신사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2030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원하는 통신 서비스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에 △데이터 중심의 단순한 요금제 △활용도 높은 포인트 △셀프 개통 △365일 운영하는 고객센터 △핵심만 추린 부가서비스(로밍, 통신편의, 보안) 등을 특징으로 하는 에어가 탄생했다.
에어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함이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운영됐던 5G 요금제 87개를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6개 구간(7GB, 15GB, 30GB, 71GB, 100GB, 무제한)으로 압축했다. 필수적인 데이터와 음성 통화,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가 혜택을 없애 월정액 요금을 낮췄다. 특히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지정된 속도로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요금제에 적용된다. 30GB 이하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 모두 테더링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71GB 이상은 최대 50GB까지 테더링으로 이용할 수 있다. 270여 종에 달했던 부가서비스 역시 컬러링, 보안, 로밍 등 고객 수요가 높은 30종만 남겼다.
에어의 또 다른 핵심은 ‘완전 셀프서비스’다. 가입부터 개통, 해지, 상담까지 모두 앱에서 해결한다. 특히 복잡하고 어려웠던 회선 가입 과정을 쉽고 빠르게 바꿨다. 고객이 직접 입력해야 하는 단계를 최소화하고 즉시 개통이 가능한 이심(eSIM) 우선 지원, 신청 후 당일 수령 가능한 유심 배송, 해피콜 없는 자동 유심 개통으로 고객 스스로 개통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주말이나 밤 등 즉시 개통이 불가능한 시간대에는 예약 가입 기능을 통해 예약하면 개통이 가능한 날, 오전 9시에 자동 개통된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중무휴로 언제든 채팅 상담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상담도 도입할 계획이다.
● 알뜰폰과 다른 길
SK텔레콤이 에어를 통해 겨냥하는 고객은 명확하다. 자급제 단말기를 쓰는 디지털 세대다. 선택의 배경에는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리포털에 따르면 2025년 초 국내 이동통신 회선은 6920만 개, 인구 대비 보급률 134%에 달한다. 1인 1회선을 넘어 업무·서브 회선까지 쓰는 구조가 일반화했다. 동시에 MVNO 가입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서 꾸준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새로운 시장인 자급제폰 사용자로 활로를 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에어가 사실상 알뜰폰의 주력 시장과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고객이 통신 서비스에서 느끼는 ‘가치’를 재정의해 기존 서비스와 다른 추가적 혜택을 받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에어로 이동하는 ‘자기잠식(캐니벌라이제이션)’의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자급제 단말 이용자라는 명확한 타기팅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전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에어는 디지털의 간편함, 쉬운 요금제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플랫폼”이라며 “기존 T 브랜드와 자회사(SK텔링크)의 알뜰폰 사이에 새로운 고객군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이해 상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 6개월간 포인트 제공해 실부담 낮춰
SK텔레콤은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6개월 동안 요금제별 포인트를 지급한다. 100GB 및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는 월 최대 3만20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포인트는 통신비 결제나 모바일 상품권 교환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매달 5000포인트까지는 통신비로 바로 차감된다. 예를 들어 100GB 요금제(월 4만7000원)에 가입한 고객은 3만2000포인트 중 5000포인트를 통신비로 사용해 실제 부담액이 4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2만7000포인트는 편의점, 백화점, 올리브영, 네이버페이 등 1000여 종의 모바일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포인트 적립 방식도 흥미롭다. 전용 에어 앱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가 쌓이며, 대표적인 미션은 걸음 수를 기준으로 한 ‘만보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회선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에어 앱만 설치하면 누구나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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