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근육질 몸 어때요? 낼모레 여든이에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4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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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모델 임종소 씨 따라 근육 키운 강석헌 씨의 건강법

5월 20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WNC(World Natural Championship)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남녀 부문에서 여든을 앞둔 남녀 노익장들이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여자부 비키니 부문에서 임종소 씨(79), 남자부 피지크 부문에서 강석헌 씨(77)가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둘은 오랜 친구 사이였고, 근육을 만들어 ‘시니어 스타’가 된 임 씨를 따라 강 씨가 운동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또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월 20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WNC(World Natural Championship)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남녀 부문에서 우승한 임종소 씨(왼쪽)와 강석헌 씨.  메카헬스짐 제공
5월 20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WNC(World Natural Championship)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남녀 부문에서 우승한 임종소 씨(왼쪽)와 강석헌 씨. 메카헬스짐 제공
사연이 이렇다. 강 씨는 두 살 많은 누나 임 씨를 댄스스포츠 동아리에서 만나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댄스스포츠 학원에서 만났는데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고 했다. 그러다 서로 고령에 따른 허리 협착증세가 와서 5년 전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근육 운동을 하면 좋아진다는 얘기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임 씨는 열심히 근육을 만들어 허리도 튼튼해졌고 2019년 한 보디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했다. 이런 임 씨의 소식을 그해 6월 6일 자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칼럼으로 전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TV에까지 소개되는 등 유명해졌다. 임 씨는 지금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운동을 등한시해 몸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러던 강 씨가 지난해 1월부터 작심하고 근육을 만들어 약 1년 반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강석헌 씨가 5월 20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WNC(World Natural Championship)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남자 피지크  부문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했다. 메카헬스짐 제공
강석헌 씨가 5월 20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WNC(World Natural Championship)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남자 피지크 부문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했다. 메카헬스짐 제공
“솔직히 제가 너무 느슨했죠. 술도 끊지 못하고 다소 방만하게 지냈죠. 제가 바둑을 좋아하는데 밤샘을 자주 하다 보니 운동도 등한시하고…. 그런데 종소는 열심히 근육을 만들어 잘 나가는 겁니다. 따라다니며 응원만 하다 보니 자존심도 상했죠. 뭐 서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도 독하게 마음먹고 절제하면서 근육을 만들었습니다. 나이가 몇 살이든 하면 되더라고요.”

임 씨가 몸을 만든 경기 용인시 메카헬스짐에서 보디빌딩 국가대표 출신 박용인 관장의 개인레슨(PT)을 주 3회 받으며 근육을 만들었다. 하루 2시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하루 쉬는 리듬으로 운동했다. 식단도 바꿨다. 소주 안주로 즐기던 삼겹살과 곱창 등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쇠고기와 닭가슴살 등 단백질하고 야채 위주로 먹었다. 그러자 효과가 나타났다. 8개월 뒤 지난해 8월 열린 안성시장배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에서 4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우승한 것이다.

강석헌 씨가 경기 용인시 메카헬스짐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용인=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근육을 키우자 많은 게 달라졌다. 허리 협착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졌다. 자세가 잡히니 옷맵시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강 씨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힘이 없으면 밤길에 젊은이들에게 밀릴 수 있다. 힘이 생기니 어떤 젊은이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두려울 게 없다”고 했다. 오랫동안 복용하던 고혈압약과 혈전약도 끊었다.

근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키울 수 있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이란 논문이 발표된 이후 노인들도 근육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을 시켰는데 근력도 좋아졌고 걸음걸이도 향상된 것이다. 근육을 키우면 최소 10년은 젊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운동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강 씨는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10대 후반엔 권투를 했다. 권투선수로 성공해보겠다는 목표도 있었고 관장의 기대도 받았지만 부모의 반대, 직장생활과의 병행 등으로 힘들어 포기했다. 군복무를 하면서는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달리고 등산하고 댄스스포츠를 하는 등 건강에 신경을 썼지만 어느 순간 허리 협착이 오는 등 힘이 딸리기 시작했다.

강석헌 씨가 경기 용인시 메카헬스짐에서 근력 운동을 하다 잠시 여유를 찾고 있다. 용인=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근육 운동은 과거 하던 운동하고 완전히 달랐다. 그는 “하면 할수록 근육이 골고루 채워진다는 느낌이랄까. 안 생길 것 같은 복근이 잡히고, 이두박근도 튀어나오고, 참 신기했다”고 했다. 강 씨는 어느새 근육 운동 전도사가 됐다. 그는 “솔직히 나도 ‘하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종소 보면서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하니 됐다.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 씨의 달리진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행동에 나서는 친구는 드물다고 했다.

“아파트도 30, 40년 되면 수천만 원, 수억 원 들여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건축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 몸에는 투자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은 몸 리모델링은 고사하고 먹는 것 등 아끼느라 더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으로서 국보 1호가 우리 몸이잖아요. 우리 몸에 투자해야 합니다.”

강 씨가 근육 운동으로 새 삶을 살면서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뒤늦게 근육 운동을 시작했지만 대회에 우승하면서는 다른 사람에게 ‘자극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계속 몸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회 출전이란 목표가 있으니 더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니 동기부여가 돼 더 땀을 흘리는 선순환이 된다”고 했다.

강석헌 씨(왼쪽)와 임종소 씨(가운데), 박용인 관장이 운동을 끝낸 뒤 환담을 나누고 있다. 용인=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노년엔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오게 된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근육 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운동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관장님 덕분에 대회 출전이란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대회에 출전에 좋은 결과를 얻으니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충만해지고…. 그렇다 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근육 운동에 빠져 즐기다 보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이젠 평생 근육 만들며 살 겁니다.”

근육 운동하는 강석헌 씨(왼쪽)를 지도하고 있는 박용인 관장. 용인=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또 다른 꿈도 있다. 일명 ‘시니어몸짱 노래단’을 만드는 것이다.

“저같이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 근육 운동으로 성과를 낸 분들을 모아서 노래 그룹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백발소년단’이라고 나이 드신 분들이 노래단을 만들어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육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래도 함께 부르며 즐겁게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강 씨는 친구 덕분에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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