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영화-극장 건재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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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기념
강제규 감독, 관객과의 대화
“17년 전 작품 보러 온 관객 보며 영화가 갖고 있는 힘 다시 느껴”

1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강제규 감독이 17년 만에 재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강제규 감독이 17년 만에 재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일 오후 7시. 한곳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이들이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모였다. 영화 ‘실미도’(2003년·강우석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로는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긴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만든 강제규 감독(59), 홍경표 촬영감독(59), 이동준 음악감독(54)이다. 홍 감독은 ‘곡성’ ‘버닝’ ‘기생충’ 등을 촬영했고, 이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 ‘쉬리’ 등 강 감독의 대표작을 함께 했다.

이들이 모인 건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17일)에 맞춰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11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100명 가까운 관객들은 열띤 질문을 이어갔다. 17년 만의 영화 재개봉으로 벅찬 감정에 가득 찬 강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보니)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았다. 시간의 간극이 한순간에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게 영화의 힘인 것 같다. 17년 전 영화가 재개봉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걸 다시 보러 온 관객들이 있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강 감독의 차기작 ‘보스턴 1947’에 대한 관심도 크다. ‘마이웨이’(2011년)의 흥행 실패 후 단편 영화 ‘민우씨 오는 날’(2014년)과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장수상회’(2015년)로 숨 고르기를 했던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제작비 190억 원의 대작이기 때문. 광복 2년 후인 1947년 열린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동양인 선수 최초로 우승을 한 서윤복 선수(임시완)와 그를 지도한 손기정 선수(하정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말로 개봉이 연기됐다.

“야전에서 전투만 하던 내가 민우씨 오는 날과 장수상회를 만들면서 인생의 ‘쉼표’를 가졌다. 충전을 하고 나니 몸이 다시 근질근질해지면서 전투력이 살아났다. 보스턴 1947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장수상회 중간쯤에 있는 영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슷한 스케일의 첩보 스릴러물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1987년 발생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으로 ‘영화라는 장르의 힘’을 새삼 느꼈다는 강 감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영화와 극장은 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월 중순에 중국에서 개봉해 보름 만에 44억 위안(약 7600억 원)을 벌어들인 중국 영화 ‘니하오 리환잉(안녕 이환영)’의 사례를 들었다. 이 영화는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접어든 국가에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란 단순히 콘텐츠만이 아닌, 예매를 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가 2배속도, 일시정지도 하지 못하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행위를 모두 합친, 복합적 의미다. 인간이 만든 예술 장르 중 영화만이 갖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영화의 힘을 믿기에 보스턴 1947도 극장에 걸 것이다. 영화는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않나.”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강제규 감독#인터뷰#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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