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정규앨범 핫펠트…“손가락에 새긴 핫펠트, 지금은 날 사랑할 시간”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4일 06시 57분


가수 핫펠트가 첫 정규앨범 ‘1719’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인생에서 잊고 싶은” 어두운 과거도 과감하게 전한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겠다”는 다짐이 가져온 변화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가 첫 정규앨범 ‘1719’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인생에서 잊고 싶은” 어두운 과거도 과감하게 전한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겠다”는 다짐이 가져온 변화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 핫펠트, 데뷔 첫 솔로 정규앨범…‘1719’에 담은 3년간 혼돈의 시간

2017년 원더걸스 해체 후 번아웃
아버지 사기 피소 사건까지 겹쳐
이제 잠겨있던 일기장 묶음 펼쳐
방황 뒤에 새로운 시작 메시지도


가수 핫펠트(31·박예은)는 열여덟 나이에 데뷔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평범한 고등학생은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로 ‘신데렐라’로 불리며 이름을 알렸다. 또래들처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만큼 기꺼이 ‘나’를 포기해도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10년 동안 무대를 휘감았던 원더걸스가 해체했다. 그때부터다. 자신을 빵빵하게 채우게 한 ‘배터리’가 순간 방전되는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번 아웃’이었다. 2019년까지 이어졌다.

●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든 앨범”

23일 내놓은 첫 번째 정규앨범 ‘1719’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핫펠트가 겪은 시간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많이 방황하며 혼란과 혼동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 감정들을 지난해부터 조금씩 정리했다”고 고백했다.

햇수로 3년. ‘원더걸스 해체’라는 이슈뿐만 아니라 결별과 아버지 사기 피소 사건 소식 등이 가끔 전해졌다. 핫펠트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그 시간의 이야기”를 동명의 스토리북에도 담았다. 마치 일기장과도 같다. 부제도 ‘잠겨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다.

책은 ‘제 삶에서 가장 어둡고 지독했던 3년 동안의 일들을 음악과 글로 풀어낸 묶음집’이라는 소개로 시작한다. 1번 트랙 노랫말 소개와 함께 ‘나는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첫 페이지에 담았다.

가수 핫펠트 첫 번째 정규앨범 ‘1719’.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 첫 번째 정규앨범 ‘1719’. 사진제공|아메바컬쳐

“(한숨을 크게 내쉬며)과거 어느 순간의 인생을 잊고 싶었어요. 물론 원더걸스 시절은 아니에요. 그 좋아하던 음악도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1년간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글로 생각을 풀어보라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상처를 글로 쓰게 됐죠. ‘원더걸스 때는 밝았는데 핫펠트는 왜 저렇게 어두워?’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상처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데뷔 13년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인 만큼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공들여 만든 앨범”이다. 방황의 시간을 보낸 터라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던 책도 읽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타이틀곡은 두 곡으로 정했다. 첫 번째 ‘새틀라이트’는 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 ‘단지 넌 스스로 빛날 뿐야. 넌 너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두 번째 타이틀곡 ‘스윗 센세이션’도 마찬가지다. 무기력하고 엉망이던 나날을 물리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핫펠트의 모습을 그렸다.

가수 핫펠트.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 사진제공|아메바컬쳐

● 타투…담배…더 과감해진 핫펠트

10년간 걸그룹의 일원으로 살며 자신의 삶을 포기했던 그는 이제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핫펠트의 이니셜을 하나씩 타투로 새겨 넣었고, 담배도 피운다.

‘작은 탈출’을 즐기기로 했다. 큰일(?)을 겪은 터라 마음을 닫아두면 오히려 병이 되는 걸 깨달은 때문이다.

“다 놔버리고 살 거예요. 하하하! 아무 것도 치우지 않은 쓰레기더미에서도 살아보니까 깨달은 게 많아요.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게 가장 좋고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고 할까요? 삶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졌거든요. 나 자신에게 관대해져야 해요. 성공이나 외모, 능력, 결과물 같은 것을 떠나서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알아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요.”

최근 원더걸스 동료였던 유빈이 연예기획사 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에서도 힘을 얻었다. 같은 멤버였던 혜림은 유빈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룹이 해체한 지 3년이 지났고, 멤버들이 연락을 따로 하지 않아도 서로 “지켜보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라고 했다.

“원더걸스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을 이룬 과정이었어요. 그때 받은 사랑, 팬들과 함께한 콘서트, 투어 등 모든 것이 너무 소중한 기억이에요. 미국 활동도 너무나 중요했고요. 유빈 언니는 정말 멋있어요. 원더걸스 활동할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역시 CEO 자질이 충분한 것 같아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 뭉쳤으면 좋겠어요.”

● 핫펠트

▲ 1989년 5월26일생
▲ 2007년 원더걸스 데뷔
▲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 휴학
▲ 2017년 원더걸스 해체
▲ 2017년 솔로가수 핫펠트 데뷔
▲ 2018년 앨범 ‘Deine’ 발표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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