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 “탑골지디? 기적이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1월 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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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준일이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연 팬미팅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격해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수 양준일이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연 팬미팅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격해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데뷔 30년만에 역주행’ 가수 양준일의 생애 첫 팬미팅

기획사 러브콜에 광고모델까지
팬들에 보답 위해 앨범·책 제작
“그리운 한국, 여기서 살 거예요”


‘미러클!’ 2020년 새해를 ‘어메이징’하게 맞는 이가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국 플로리다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세밑 국내 연예계를 뒤흔들었다. 가수 양준일(51)이다.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을 타고 데뷔 30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아주 극적이고 화려하게.

양준일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추억을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그는 매일 새로운 순간을 맞고 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해 세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연이은 실패로 2001년 한국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었기에 1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모든 현실이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 새해를 하루 남겨둔 12월31일. 그는 새로운 삶을 살게 도와준 팬들 앞에 섰다.

이날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 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을 열고 3600여 팬들과 만났다. 데뷔 30년 만에 처음 펼친 공식 행사였다. 양준일은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에 모은, 신드롬 같은 인기에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1991년 데뷔해 28년 만에 공식 팬미팅을 하는 가수 양준일이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991년 데뷔해 28년 만에 공식 팬미팅을 하는 가수 양준일이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앨범 발표·책 발간…팬들에게 ‘선물’

양준일의 향후 활동은 팬들과 연예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건 다 하고 싶고, 더 이상 자신을 보기 싫다고 할 때까지 뭐든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가족 이민을 떠나 생활해 온 그는 한국말이 아직 서툴지만 생각을 최대한 솔직하게 전하려 노력했다.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머릿속에 있는 걸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어가 서툴러 도움을 받아 글로 표현하고 싶어요. 과거 제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놀랐어요. 예전 곡을 모아서 편곡 및 녹음해 앨범으로 다시 주고 싶어요. LP도 다시 제작하려 해요. 정식으로 발표하는 앨범을 갖고 싶더라고요. 하하!”

그는 현재 전속계약과 관련해 각종 연예기획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팬미팅 하루 전에는 첫 광고모델로 발탁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귀국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은 상태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양준일은 당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다. 국내에 뿌리를 두고 연예활동도 다시 시작할 생각이지만 미국생활을 모두 정리하지 못해 당분간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을 떠나면서 너무나도 그리웠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인생을 돌이켜보면 늘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미국인들에게는 받을 수 없는 따뜻함이었죠.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연예활동을 하지 않아도 여기서 살 거예요.”

1991년 데뷔해 28년 만에 공식 팬미팅을 하는 가수 양준일이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991년 데뷔해 28년 만에 공식 팬미팅을 하는 가수 양준일이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탑골지디?’ 엄청난 영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양준일에게도 딱 맞다. 아이돌 못지않은 외모와 체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게 놀라울 정도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탑골지디’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30년 전에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하하하! 먹는 걸 조절했죠. 하루 14시간 동안 서빙 일을 했어요. 바쁜 날에는 하루에 16km 정도 걸은 셈이더라고요. 점심을 먹으면 졸려서 먹질 않았어요. 계란 몇 개 정도가 전부였죠. 살기 위해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거예요. 패션은 타고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체형을 잘 알아서 그런 것 같고, 뭐가 어울릴지 보면 딱 아는 편이죠.”

인기도 아이돌급이다. 공식 팬카페 회원수는 불과 며칠 만에 5500명을 넘어섰고,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옥외광고와 MD상품도 등장했다. 이날 팬미팅에서도 과거 양준일이 의상 위에 걸쳤던 주황색 숄(목도리 형태)이 MD로 제작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에 대한 관심이 단지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풍경이었다. 양준일의 새로운 한 해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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