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연 배우 송강호는 12일 열린간담회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묘사하는 데서 나아가 ‘비극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말하고 싶은 영화”라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도망은 갈 거 같아요. 그런데 (도망가다가 다시 택시를) ‘유턴’해 광주로 돌아갈지, 안 갈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낸 뒤 “괜찮겠느냐”고 동의를 구한 배우 송강호(50)는 12일 인터뷰 중 이 대목에서 한참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담배를 한 번 빨았다. 내내 여유 있던 그의 눈빛도 살짝 흔들렸다.
그는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5·18민주화운동이 벌어지는 1980년 5월의 광주로 달려가 우여곡절을 겪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연기했다. “자신이 실제 만섭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물은 차였다.
그는 “‘유턴’했겠죠, 뭐. 하하하”라며 웃어넘겼다. 불의에 맞서 스스로를 던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건 영화 속 만섭과 같은 보통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극중 만섭이 유턴하는 장면이 연기하면서 가장 ‘난코스’였다는 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의 고백이다. “하필 제일 어려운 장면을 세트가 아니라 실제 운전을 하면서 찍었어요. 운전해야죠, 길이 짧은데 그 안에서 극적인 감정 표현해야죠, 클로즈업은 부담스럽죠….”
송강호는 극중 가장 울컥했던 장면으로 금남로의 시위, 학살 장면과 함께 택시가 처음 광주역에 도착해 시민들로부터 주먹밥을 받는 장면을 꼽았다. “그때 시민들의 모습이 정말 밝아요. 서로를 위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얘기를 즐기고, 주먹밥도 주고요. 그 장면이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부담에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제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죠. 안 드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주변에 출연할까 의견을 물었을 때 ‘이 영화 하지 말라’고 하면 화가 나고,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송강호는 중학교 2학년이던 1980년 5월 새벽 라디오에서 ‘광주에서 폭도를 진압했다’는 방송을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을 믿고,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성인이 되고 연극배우로 일하면서 실제 힌츠페터 기자가 찍은 사진을 비롯해 광주의 진실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접했다.
“아픈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거창하거나 잘난 정치인이 아니고, 택시기사처럼 아주 평범한, 사회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라는 것, 영화는 그걸 말하고 싶은 거 같습니다. 그런 이들의 건강한 의식이 역사를 지탱하고 만들어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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