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인터뷰②] 전인권 “고 조덕환, 동지이자 친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9일 06시 57분


‘전·인·권’ 이름 석자만으로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다.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느릿한 어투와 창법은 그만의 ‘장르’가 됐다. 요즘 과거 히트곡을 통해 대중에게 잔잔한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전·인·권’ 이름 석자만으로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다.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느릿한 어투와 창법은 그만의 ‘장르’가 됐다. 요즘 과거 히트곡을 통해 대중에게 잔잔한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 가수 전 인 권

마침 그가 이끄는 전인권밴드는 23일 경기 이천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노래를 선보일 참이다. ‘오랜만이여 부산’이라는 곡이다. “들국화 시절, 부산 호텔에서 아침에 깨어났을 때 본 풍경과 느낌의 스케치이다”고 소개하는 그는 “지난 날들이 모두 별이 된 것 같다”면서 “이전 노래와는 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꿈꾸며 만들고 노래한다. 그래도 그에게서 들국화를 떼놓을 수는 없다.

- 들국화에서 함께했던 조덕환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병실을 매일 찾았다는데.

“아니다. 한 다섯 번 정도? 친구가 아픈데, 당연하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덕환이와 난 동지이다. 그의 노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듣고 한눈에 반했다. 오늘의 공허를 메우지 못한 채 내일로 미루지만 우리의 세상이 올 때까지, 새벽이 오고…, 뭐 그런 의미의 노래. 내가 반했다.”

- 조덕환은 20여곡을 남기고 가버렸다.

“그의 부인이 부탁도 했다. ‘인권씨가 불러 달라’고. 내가 그랬다. ‘내가 여러 가수를 연결할 수 있으니 새로운 노래를 원하는 다른 친구들이 들어보고 부르게 하라’고. 그리고 ‘그 정당한 곡비도 받고 또 히트하면 저작권료도 받고. 그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내 목소리로 또 같은 걸 부르면 그건….”

- 들국화를 스스로 평가하자면 어떤가.

“일단……, .음……, 뭐지? 오, 그래! 자뻑! 자뻑이 심한 팀이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25살 때 만나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다. 안간힘도 썼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랬다. 낭떠러지에서 지푸라기 하나 잡은 사람의 안간힘이다. 그게 대중의 불만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세상과 사람들은 그러더라. 우리의 길을 만든 거라고. 나이 들어 되돌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때부터 음악 등 많은 게 달라진 것 같다.”

- 드러머 주찬권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2013년 그의 유작앨범이기도 한 ‘들국화’를 내놨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는 재결성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로 너무 다르니까.”

- 나이가 들어 서로 지닌 고집 때문은 아니고?

“우린 예전부터 동지애가 무지 강했다. 최성원을 마음으로 참 많이 사랑한다. 모든 걸 입체적으로 보는 친구다. 마음도 그렇게 여릴 수가 없다. 헌데 최성원은 나보다 자뻑이 심하다. 하하!”

- 기사로 써도 되나?

“그럼. 하하!”

- 혹시 애증이라도?

“우린 싸운 적이 없다. 하하! 애증인지, 서로 다른 건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 많은 팬들은 여전히 그리워한다. 들국화의 이름으로 펼쳤던, 펼쳐놓을 무대를.

“내겐 지금 전인권밴드가 있다. 또 다시 들국화를 하면 우리 멤버들이 섭섭해 하지 않겠나. 밴드는 정말 어려운 거다. 동지애도 있어야 하고, 마음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 그리 어려운 일을 왜 하나.

“내가 어려운 길을 가는 팔자인 거 같다. 대마초에…….”

- 자초한 것 아닌가. 왜 그랬나.

“자초했지. 나도 모르겠다. 몇 차례 구속된 이후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유혹을 받고…. 굉장히 헤맨 시절이다. 난 어떻게 살란 말이야, 뭐 그런 거였다.”

- 후회하나.

“60살이 넘으니 후회가 없다.”

- 이제 40여년의 음악인생을 지나고 있다. 그 세월, 가장 찬란했을 때는 언제일까.

“찬란? 바로 어제(6일)다. 허허! (전인권은 이날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 섰다) 진행자 유희열과 나눈 얘기들, 조덕환에 관해 나눈 얘기들. 내가 그랬다. ‘25살에 우리들의 시대가 있었다’고. 유희열이 받아치는데, 나더러 감성변태라고 하더라. 하하! 유희열 같은 친구를 만난다는 건 대단한 복이다. 마음도 있고 머리도 좋은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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