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박용우 “‘철들지 않은 어른’에 공감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7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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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정’의 박용우. 그에게 ‘순정’은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영화”다. 스포츠동아DB
영화 ‘순정’의 박용우. 그에게 ‘순정’은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영화”다. 스포츠동아DB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늘 돼 있다”고 말하는 배우 박용우(45)의 일주일은 분주하다. 매주 영어 레슨을 받고, 거의 매일 두 시간씩 운동도 한다. 몇 년째 멈추지 않고 있는 드럼 연습도 여전하다. 책을 수십 권씩 쌓아놓고 며칠 씩 몰입해 읽기도 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그는 20년 동안 배우로 살아왔음에도 얼마 전부터 연기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연기에 굶주림이 있다”고 했다. “지인들 후배들과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 훈련을 함께 한다. 한참 어린 친구들에게도 배울 점은 많다. 기꺼이 받아들인다.”

박용우가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을 선택한 배경 역시 이런 가치관의 영향이다. TV 드라마와 작품성 짙은 영화에는 간혹 출연해왔지만 상업영화만 놓고 보면 2012년 참여한 ‘파파’ 이후 4년 만의 복귀다. 게다가 ‘순정’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멜로 장르. 박용우는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나중엔 마다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철들지 않은 어른’을 발견하고 공감대를 나눴기 때문이다. ‘순정’을 연출한 이은희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이 들수록 본능적인 감정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철들지 않은 사람이 더 매력 있다. 이은희 감독이 그랬다. 세상을 아는 어른이지만 진심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다.”

한 번 거절한 영화를 다시 선택하가까지, 배우는 자존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박용우는 기꺼이 그 길을 택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그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 만족은 감독을 향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내가 얼마나 오래 연기할지는 모르지만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을 함께 할 멘토를 만난 기분”이라고 했다.

박용우는 ‘순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맺는 주역이다. 라디오 DJ인 그는 과거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네 명의 친구들과 겪는 아름다운 추억과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에서 도경수와 김소현이 펼친 첫사랑은 박용우의 기억에 남은 아련한 추억의 장면들이다.
그렇게 박용우는 도경수와 하나의 배역을 나눠 맡았다.

“두 명의 배우가 한 사람을 연기할 때 대개 아쉬움이 있다. 나이든 역할은 왠지 서글프다. 성인 역할은 깊은 대화를 책임져야 하고, 관객을 처지게도 하잖아. 나도 그럴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뛰어들었다.”

영화의 주요 촬영 무대는 전남 고흥이다. 박용우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도경수를 보려고, 영화의 감정에 그 역시 빠져들기 위해 몇 차례 고흥을 찾기도 했다. 촬영 일정이 없었지만 기꺼이 시간을 냈다.

그렇게 도경수를 만날 때면 둘은 서로를 껴안았다. “스킨십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는 박용우는 “왠지 경수를 보면 안아주고 싶었고 이제는 습관이 돼 보기만 해도 서로 자연스럽게 안는다”고 했다.

그동안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해온 박용우이지만 이번 ‘순정’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각별한 듯 했다.

“배우로서 성장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그 결정을 번복하고 출연했고 만족한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을 극복한 것 같다.”

배우 박용우. 스포츠동아DB
배우 박용우. 스포츠동아DB

박용우는 ‘순정’을 본 주변 이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누군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평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영화를 보고 혼자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고도 했다.

“코끼리의 어느 부문을 만지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리 보이지 않느냐. ‘순정’으로 얻는 감정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순정’의 언어는 순박하고 순수하다.”

박용우는 ‘순정’에 푹 빠져있는 듯 했다. 신인감독이 연출하고 도경수, 김소현 등 비교적 연기 경험이 적은 이들이 참여한 영화가 탄탄한 만듦새로 완성된 데는 박용우의 든든한 지원도 일조한 듯 보였다.

그의 열정은 ‘순정’ OST 목록에서도 엿보인다. 드럼 연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4~5년 전부터 드럼 연주를 시작한 그는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이렇게 어려운 악기인줄 몰랐다”고 하지만 “나에게 연주를 부탁한다면 얼마든지 무상으로 참여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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