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서 내 영화 얘기가 들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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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등극 ‘베테랑’ 류·승·완 감독

“베테랑이 베테랑답게 일할 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 액션 연출의 ‘베테랑 중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그는 “웃음의 호흡과 액션이 함께 가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베테랑이 베테랑답게 일할 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 액션 연출의 ‘베테랑 중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그는 “웃음의 호흡과 액션이 함께 가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미용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베테랑’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옆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요. 그때 ‘와, 정말 많이 봤구나’ 하고 실감했죠.”

지난달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지난달 29일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이번 주 안으로는 1200만도 넘어설 기세다. 특유의 액션과 ‘B급’ 분위기로 이름을 알렸던 류승완 감독(42)은 전작 ‘베를린’(2013년·약 716만 명)에 이어 흥행 감독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1000만 관객 달성이 목전이던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는데….

“숫자로는 감이 잘 안 온다. 너무 거대한 것을 맞닥뜨리면 실감이 안 나지 않나. 이 모든 게 결국은 지나가고, 언제 실패가 올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담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나리오 초고를 굉장히 빨리 썼다고 들었다.

“‘베를린’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초고를 쓰는 데 열흘 정도 걸렸다. 초고는 어차피 버리는 거여서 공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 수정 작업이 오래 걸렸다. 원래는 영화 초반의 중고차 절도단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재벌로 바꿨다.”

올해 여름 ‘암살’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베테랑’.
올해 여름 ‘암살’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베테랑’.
―온라인에서는 ‘조태오가 대체 누구냐’로 말들이 많다.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면 오히려 몰입에 불리하다고 봤다. 나 스스로가 분노했던, 아주 오래전 사건부터 최근 것까지 충분히 조사해서 모은 거다. 조태오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주변 환경, 시스템까지 얘기하고 싶었다.”

―유아인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많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아인 씨가 조태오 역을 맡으면서 영화의 운명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조태오를 잘 만들어 줬다. 감독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대해 사실 아마추어다. 그저 1차 관객으로서 여러 요소가 잘 조화하도록 선택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작품을 보면 주인공이 비극적으로 죽거나 수렁에 빠진 채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승리한다.

“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늘 패배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 어른들은 ‘베테랑’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 일이 굴러갈지 알고 지레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 그걸 모르는 어린 관객들에게 ‘영화 속 형사들처럼 행동하는 게 멋있고 폼 나는 삶의 방식이다’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10대 관객들이 좋아하는 게 고무적이었다.”

―류승완표 액션이 빛났는데, 특히 서울 명동을 관통하는 차량 추격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관객이 보면 저건 어디라고 알 만한 장소, 현재 한국을 상징하는 장소로 명동을 택했다. 관계 기관 협조가 쉽지 않았는데 남대문경찰서에 갈 때 황정민 씨가 같이 가줬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로 데뷔했을 때는 ‘독특하다, 비주류다’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15년 만에 ‘천만감독’이 됐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는 ‘베테랑’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데뷔작인 ‘죽거나…’다.(웃음)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실은 틀을 깨려는 시도를 자꾸 가둔다고 생각한다. 좋든 나쁘든 사람은 변한다. 과거의 나보다 좋게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다음 작품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금 ‘베를린’의 속편과 ‘군함도’의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 군함도(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어느 영화가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류승완#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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