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돌아오는 고전 영화들…미드 ‘파고’로 본 ‘온고작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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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니 온고작신(溫故作新) 열풍이 한창이다. ‘쥬라기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옛 명작 시리즈를 다시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일이 이어지더니 TV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 1월 전설의 미드 ‘엑스파일’이 시즌 10으로 돌아온다. 2002년 시즌9로 종영한지 14년 만이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주인공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요원은 물론, 특유의 배경음악과 불가사의한 분위기까지 여전하다. 1990년대 마니아를 양산했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픽스’(1991, 1992년)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잘 알려진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올해 시즌3까지 방영된 ‘베이츠 모텔’은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고전 ‘싸이코’(1960년)의 주인공 노먼 베이츠의 10대 시절이 소재다. 지난해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콘스탄틴’(2005년)의 드라마 판이 시즌1을 내보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의 드라마 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방영된 미드 ‘파고’ 역시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1996년)가 원작이다. 98분의 러닝타임으로 완벽히 결말지었던 영화를 10시간이 넘는 드라마로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파고’는 이 일을 해낸다. 원작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하되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한 좀더 세심한 묘사로 영화 속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2006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파고’는 1987년이 배경이었던 영화와 평행세계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끝없는 설원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미네소타 주의 겨울 풍경, 한밤의 갑작스러운 사고, 꼬일 대로 꼬인 줄거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드라마 초입의 안내까지 꼭 빼닮았다. 되는 일이 없는 소심한 세일즈맨 레스터(마틴 프리먼), 의뭉스러운 말투와 달리 날카로운 추리력을 소유한 여자 경찰 몰리(앨리슨 톨먼) 등 주요 등장인물도 닮아 있다. 영화 속 소품이 그대로 재등장해 두 작품 속 사건이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영화의 특정 장면을 똑같은 구도로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미드 ‘파고’는 영화의 리메이크이자, 영화 속 세계를 되살려낸 리부트이면서, 원작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원작을 꼭꼭 씹어 소화해낸 덕분인지 ‘파고’는 시즌1이 방영되자마자 에미상 3관왕, 골든글러브 2관왕에 오르고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해 올 10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만드니, 능히 인기를 끌만 하더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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