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장혁 “‘감기’ ‘진짜사나이’, 장혁이 아닌 정용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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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7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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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37)을 보자마자 흠칫했다. 서로 인사를 하며 바라본 그의 눈가에 섬세한 아이라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터프함 속에 감춰진 그의 모습은 조용한 수다쟁이였다. 차분하게 조곤조곤 말하는 장혁의 진지한 이야기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장혁에게 할 이야기도 많았다. 영화 ‘감기’부터 ‘진짜 사나이’, 그리고 최근에 출간한 에세이 ‘열혈남아’까지. 그동안 넘치는 재능을 어떻게 감춰왔을까. 그에게 또 다른 재능은 무엇인지 묻자 “탭 댄스?”하며 웃더니 “아직 보여드릴 게 한참 더 남았다”며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혁은 영화 ‘감기’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구조대원 ‘지구’로 분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보통 연기를 시작할 때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장혁의 연기 방식을 김성수 감독은 뒤엎어 놨다. 김 감독은 “네가 지구가 되는 게 아니야, 지구가 너를 닮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장혁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매번 촬영마다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제 나이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한 달 동안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전역 할 때가 생각이 났어요. 군에 있을 때는 국방부 시계가 하루 빨리 움직이길 바랐는데 막상 나가려니 겁이 나는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도 막막하고 자꾸 부대를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그 청년 정용준(장혁의 본명)의 모습을 담았어요. 조금씩 세상에 나가려는 그런 느낌을 담고 싶더라고요.”

장혁은 직접 구조대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곳에서 구조대원과 함께 맨홀 뚜껑 아래로 내려가 사람을 구조하는 훈련 받으며 삶을 공감했다. 또 그는 캐릭터에 맞는 대사와 행동을 익혀나가며 점차 진짜 구조대원으로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비현실적인 영웅 같은 모습은 담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간의 동료애가 대단했거든요. 행여 일하는 동료들이 힘들까봐 비번임에도 항상 긴장하며 언제든 자리를 지키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화에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했죠.”

요즘 장혁은 MBC ‘진짜 사나이’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훈련을 받을 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상남자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선임에게는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후임에게는 무한 사랑을 베푼다. 이때만큼은 배우 장혁이 아닌 사람 정용준이 된다고 했다.

“30대 군 생활은 저의 20대 시절을 돌아보게 했어요. 지금 ‘진짜 사나이’에서 군 생활을 하니까 지금 지나고 있는 30대를 훑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 군 시절도 기억이 나고요. 군대에 가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각기 다른 삶을 살다가 모인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마음을 열고 살아간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거기서 사람 정용준을 다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장혁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게 된 또 다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이제는 내 아이가 내 삶을 바라보고 있기에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열혈남아’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가족의 영향이 컸다.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배우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리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도 열혈남아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연기생활을 한지 18년이 된 그는 “연기에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뭔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되버리면 열정도 자연스레 식거든요. 익숙함을 깨버리며 늘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장혁의 차기작은 ‘딸기우유’이다. ‘화산고’를 함께 했던 김태균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여고생이 체육선생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딸기우유’에서 장혁은 체육 선생을 맡았다. 그는 “체육선생과 여고생의 멜로에 스릴러 기운이 느껴졌다.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고 자신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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