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미스터 고’… 야구하는 고릴라 100% CG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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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은 홈런… 흥행도 홈런 날릴까?

타석에 들어선 ‘미스터 고’의 주인공 링링. 그는 어떤 투수의 공도 홈런으로 만드는 타고난 야구선수다. 그가 여름 극장가에서도 흥행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쇼박스 제공
타석에 들어선 ‘미스터 고’의 주인공 링링. 그는 어떤 투수의 공도 홈런으로 만드는 타고난 야구선수다. 그가 여름 극장가에서도 흥행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쇼박스 제공
‘미스터 고’(17일 개봉)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미스터 고’는 ‘설국열차’와 더불어 1년 중 가장 성수기인 여름시장을 이끌어갈 한국 영화의 대표 선수다. 제작비 225억 원을 들인 이 영화는 ‘설국열차’ ‘마이웨이’에 이어 규모 면에서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작이다. 국내 최초의 ‘온전한 3차원(full 3D)’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영화. 8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의 장단점을 들여다봤다.

○ 한국 영화계 CG 진일보

영화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던 중국 서커스단의 소녀 웨이웨이(쉬자오)와 저글링보다 야구를 잘하는 고릴라 링링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의 슈퍼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링링을 스카우트해 국내 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한국 최초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이 영화의 홍보문구 중 하나다. 고릴라 링링은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영화계는 이 영화를 통해 CG의 진일보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링링은 사람의 20배 힘을 가진 285kg의 거구. 하지만 그의 몸짓은 가뿐하고 외모는 섬세하다. 배트를 휘두르는 큰 동작부터 성충수에게 혼이 나 눈치를 보는 모습까지 링링의 연기는 일급배우 못지않다.

잔바람에도 물결이 일듯 날리는 온몸의 털은 한국 기술력의 승리다. 눈빛도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링링이 야구장 잔디 위를 뛸 때 사방의 조명 때문에 그림자 4개가 만들어지는 장면, 나뭇잎 위를 구를 때 잎이 눌리는 장면은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그를 창조하기 위해 400명이 넘는 스태프가 1년 이상 공들인 보람이 있다.

3D 효과도 만족스럽다. 고릴라가 야구공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스크린 밖으로 공이 튀어나오는 듯하다. 한국 영화로는 2011년 ‘7광구’가 최초로 3D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 드라마는 ‘외야 플라이’

영화에는 소소한 유머가 배어 있다.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성동일은 이름값을 한다. ‘아저씨’(2010년)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 만석으로 눈길을 끈 김희원은 중국 사채업자로 등장해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다. 속상함을 달래기 위해 링링과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성충수가 링링에게 김치를 찢어주는 장면이 특히 재밌다.

하지만 드라마가 링링의 털만큼 촘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긴 짜임새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은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링링과 웨이웨이의 감정은 서로 깊어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실사 촬영 때 배우들은 디지털 캐릭터를 마치 앞에 둔 것처럼 상상하며 연기를 한다. 상대 배우가 없기 때문에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김 감독은 ‘오! 브라더스’(315만 명)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 ‘국가대표’(849만 명)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힘은 비루한 주인공들이 엮어내는 유쾌하면서도 찡한 성공 신화다. ‘미녀는 괴로워’의 뚱녀 대역 가수, ‘국가대표’의 입양아 출신 스키점프 선수의 활약에 관객은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웃음 속에 인생의 페이소스를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김 감독의 경쟁력이다. 그는 이번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릴라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그러나 그 의도는 스크린에 충분히 표현된 것 같지 않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미스터 고#고릴라#야구#CG#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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