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논란으로 본 ‘배우 끼워팔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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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수목 드라마 '보고 싶다'가 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이른바 '배우 끼워 팔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네티즌이 '보고 싶다'의 남자 주인공 박유천과 같은 소속사인 여배우 장미인애가 이 드라마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특히 이런 반대 의견을 낸 네티즌의 대부분은 박유천의 팬이다. 이들은 장미인애가 박유천과 같은 소속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장미인애가 극중 박유천을 짝사랑하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유천은 1일 열린 '보고 싶다'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유천은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문제를 조금 더 크게 만드신 게 아닌가 하는 솔직한 심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입장에서 같이 작품을 잘 해나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장미인애 씨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 생각(끼워 팔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솔직히 생각한다"고 팬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소속사에서는 장미인애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번 장미인애의 캐스팅이 '끼워 팔기'인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경우처럼 주인공과 같은 소속사의 배우가 조·단역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스타급을 주인공으로 내주면서 자사 신인이나 조연급 연기자를 동반 캐스팅시키는 이점을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같은 '급'의 배우들을 놓고 저울질한다면 이왕이면 주인공이 속한 소속사의 손을 들어주려고 하기에 이러한 '끼워 팔기'는 늘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를 살펴보면 수목극 1위를 달리는 KBS '착한남자'에는 주인공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인 이상엽과 이유비가 출연 중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호흡을 맞췄던 장혁, 송중기, 현우, 이수혁 등도 같은 소속사이다.

SBS 수목극 '대풍수'에는 지성, 이윤지, 김소연 등 같은 소속사 식구들이 단체로 출연 중이며, KBS '울랄라부부'의 신현준과 한재석도 같은 소속사다.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의 염정아, 김성수, 김영애도 한 식구이다. 심지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도 장동건과 같은 소속사라는 인연으로 막판 캐스팅에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어감이 안 좋지만 스타급을 내주면서 자사 배우들의 동반 캐스팅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매니저는 무능력하다고 할 정도로 '끼워 팔기'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들 역시 연예기획사들의 '끼워 팔기'가 일상화됐다고 인정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드라마 PD는 "스타를 캐스팅하면서 자사 소속 배우들의 프로필을 들고 와 캐스팅 부탁을 하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말도 되지 않는 배우를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혹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면 십중팔구 '끼워 팔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이 PD는 "'끼워 팔기' 논란을 피해가려면 그런 식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연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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