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로 본 새 영화] ‘연가시’ 롤러코스터? 내려오니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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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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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가시’ 스틸사진. 
사진제공|오죤필름
영화 ‘연가시’ 스틸사진. 사진제공|오죤필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서울의 한 개천에 끔찍한 여자 사체가 떠오른다. 재난은 삽시간에 퍼져간다. 전국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속출한다.

원인은 사람 몸에 기생하는 변종 연가시.

박사 출신 재혁(김명민)은 형사인 동생 재필(김동완) 때문에 주식 투자에 손을 대 파산한 까칠한 가장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살며 의사들에게는 온갖 서비스를 하면서도 정작 아내(문정희)와 어린 아들 딸에게는 무심하다. 불행은 느닷없이 온다. 가족이 연가시에 감염되고 재혁은 자신의 손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한다. 재필은 변종 연가시의 출현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고 의심하며 사건을 되짚기 시작한다.

7월5일 개봉하는 영화 ‘연가시’(감독 박정우·제작 오죤필름)다.

● STRENGTH(강점)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 반이 지나고서야, 극장에 들어설 때 아이스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 시간 반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

첫 장면에 재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나오는 이유도, 어쩌면 감독이 관객에게 ‘각오하라’고 던지는 메시지였을지도.

앞의 이야기를 되짚거나 결말을 예측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영화는 빠르게 흐른다.

물을 찾아 몸을 던지는 감염자들의 모습은 음울한 좀비 영화를 연상케 한다. 재난을 만든 사람과 재난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를 돌아보게도 한다.

주가 조작, 한국 회사를 헐값에 사들여 수백배의 이익을 남기고 팔려는 외국 투기 세력 등은 어쨌든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실화’다.

● WEAKNESS(약점)

이야기에 언제나 논리적인 사고를 적용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태풍처럼 몰아친 영화가 끝난 뒤 ‘그런데 왜?’를 따지고 들자면 안타깝게도 시비를 걸 만한 포인트가 여럿이다.

‘박사 출신이라는 재혁은 왜 해 결방법을 진작 떠올리지 못한 거지?’ ‘재필은 왜 약이 든 창고 문을 먼저 열지 않았을까’, 왜 왜 왜….

치료약을 알아내고도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당국의 모습도 설득력이 약하다. 빠르게 죽어가는 감염자들과 긴박한 상황에서도 “매뉴얼대로 해”만 되풀이하는 책임자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줘 긴장을 주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 OPPORTUNITY(기회)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소재, 새롭게 발견하는 배우의 맛은 인정할 만하다.

변종 연가시는 한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유명한 기생충’이지만 영화 소재로 등장한 건 처음. 일단 생김새만으로도 충격을 던지는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내뿜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도 주식 시세에만 관심 있는 형사를 연기한 김동완은 캐릭터에 완전히 젖어든 연기로 눈길을 끈다.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 그 김동완이다.

● THREAT(위협)

거두절미하고, 거미의 위협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위력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가 관건.

28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첫 날부터 예매율이 84%까지 치솟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데다 첫 주말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관객을 빠르게 모아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여파는 ‘연가시’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개봉 후에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19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25일에는 김윤석·전지현이 나선 ‘도득들’이 차례로 개봉한다.

난국이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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