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 콘서트 ‘K.I.S.S’, 부드럽고도 뜨거웠던 입맞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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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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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엽의 짜릿한 입맞춤이 시작됐다.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입을 맞추고, 특별한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입을 맞춘다는 의미로 지어진 정엽의 단독 콘서트 K.I.S.S(Keep it softly & sweetly)가 14, 15, 16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짜릿한 키스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정엽의 부드러운 감성과 폭발적인 라이브가 한데 어우러져 ‘부드럽고도 뜨거운’ 음악들을 선보였다.

또 영화 ‘올드보이’, ‘마당을 나온 암탉’ OST와, 드라마 ‘겨울연가’OST 등의 음악 감독 이지수가 무대에서 지휘를 맡고, 정엽의 음악적 동반자인 에코브릿지가 함께 음악을 편곡해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무대 역시 오케스트라가 배치돼 풍성한 현악 사운드로 웅장함과 격조를 더했다.

●부드러운 음색이 뜨거운 라이브로 폭발하다

정엽은 지난 11일 자신의 정규 2집 앨범 ‘Part 1 - Me’를 발매, 앨범에 수록된 신곡 중 ‘잘 몰랐었다’, ‘with you’, 타이틀 곡 ‘눈물나’ 등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화려한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 정엽의 목소리는 앨범에 담긴 목소리와는 달리 더욱 화려하고 폭발적이었다. 이번 앨범 자체는 극단적인 슬픔의 감성이 담겨 단조롭고 차분한 느낌이 전해지지만, 극도의 슬픈 감성이 무대 위에서 직접 표출되자 무대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슬픔의 감성이 무엇보다 화려할 수 있음을 엿보게한 무대였다.

그 외에 최근 그가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MBC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곡들도 새롭게 편곡해 선보였다. 윤도현 밴드의 ‘잊을게’, ‘담배가게 아가씨’, 주현미의 ‘짝사랑’ 등을 정엽만의 음악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특히 ‘나는 가수다’의 방송무대보다 더욱 다듬어지고 성숙해진 무대를 선보여 방송 출연 이후 정엽의 음악적 성장을 예감케 만들었다.

1부 마지막에는 정엽의 표현대로 마치 ‘사골’처럼 우려먹는 정엽의 대표곡 ‘Nothing better’ 무대가 이어졌다. “저작권료만으로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 정엽의 말처럼 관객들은 잘 알려진 이 곡들을 따라부르며 호응했다. 또 정엽은 가성의 부분 ‘nothing better’을 한템포 쉬었다 이어가는 등 노래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해나가며 관객들과 짜릿한 호흡을 이어나갔다.


●“키스가 그리워 제목이라도 키스라고…” DJ정엽의 거침없는 입담

정엽의 능수능란한 무대만큼이나 돋보였던 것은 ‘DJ 정엽’다운 거침없는 입담이었다.

정엽은 첫 멘트부터 “키스한 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조차 안난다. 제목이라도 ‘K.I.S.S.’라고 지어서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며 능글맞은 모습을 보였다. 많은 공연과 매일의 라디오 진행을 통해 길러진 입담으로 팬들과의 소통이 편안한 듯 보였다.

그는 스스로도 “잘 떨지 않는 편”이라며 “그래도 지금은 많이 긴장한 편이라 라디오에서처럼 웃음도 시원하게 안 웃고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멘트는 여전히 거침 없었다.

그는 외롭다고 강조하며 “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네요. 그렇게 되면 팬 여러분들과 지금처럼 많이 찾아뵙지는 못할 거에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좋아요”라며 웃었다. 마치 팬들이 아닌 친구들과 수다 같았다. 기존에 팬들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또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라며 오프더레코드로 장난기 어린 멘트들을 던지기도 했다.

음악만이 아닌 정엽과의 편안한 대화가 있는, 친구같이 정겨운 공연이었다.
●타이포그라피 영상으로 음악을 더 풍부하게

반주를 만드는 오케스트라와 밴드 외에 정엽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것이 또 한가지 있었다. 바로 영상.

잔잔한 노래에는 따뜻한 정원이 그려진 영상, 슬픈 노래에는 비가 오는 영상 등으로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공연 처음에는 반짝이는 영상 등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고 이어 노래의 가사에 맞춘 영상들이 이어졌다. 가장 독특했던 것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눈물나’ 무대에서 선보인 타이포 그라피 영상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꺼야’, ‘나도 갈 곳이 있었으면’ 등 노래 가사가 마치 영상 속에서 누군가 읊조리는 듯 한 구절,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어 클라이막스 부분 ‘눈물 나’가 나오기 전 글자들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듯 뒤쪽으로 흡수돼 사라졌다. 이어 ‘눈물 나’라는 글자가 슬픈 어조로 무겁게 떠다녔다.

스토리가 있는 영상이 아닌 단순히 글자를 담았지만, 그 감동은 똑같이 전해졌다. 노래에 더욱 몰입을 더하고 색다른 여운을 남겨 타이틀 곡에 어울리는 특별한 무대였다.


●패러디 영상에 여성 관객과의 깜짝 퍼포먼스… ‘숨겨진 개그본능’

정엽의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공연들 외에도 볼거리, 특히 웃음거리가 가득했다.

정엽의 재치있는 입담은 물론 개그 본능이 담긴 영상들과 재미난 퍼포먼스들이 연이어 진행됐기 때문.

잔잔한 공연 중에 상영된 한 패러디 영상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정엽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대신으로, ‘써니’에서는 주인공 심은경 대신으로, 슈퍼스타K에서 오디션에 참가하는 참가자로 합성이 되어 등장한 것. 정엽은 망가지는 표정 연기를 마음껏 펼치며 춤까지 췄다. 관객들은 정엽의 숨겨온 개그 본능에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 2부에서 정엽은 기타를 들고 등장해 신나는 ‘로큰롤’ 무대를 선보이며 록스타다운 무대매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여성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데려와 주현미의 ‘짝사랑’을 달콤한 세레나데로 선사했다. ‘사랑한다고’라는 가사 부분을 여성 관객의 귀에 속삭이기도 하고, 마지막 부분에는 트로트의 ‘뽕삘’을 살려 갑자기 코믹한 모드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그간 숨겨온 정엽의 거침없는 끼와 코믹 본능이 발휘된 콘서트였다.
3부로 구성된 이번 콘서트는 2시간 40여 분 동안 풍성하고 다채롭게 꾸며졌다. 감성 어린 정엽의 노래에 완벽히 짜여진 무대 연출, 정엽의 개그본능까지 더해져, 정엽만이 만들 수 있는 짜릿한 키스와 같은 콘서트를 선사했다.

성공적으로 서울 공연을 마친 정엽은 이어 오는 10월 22~23일 부산 KBS홀, 10월 29~30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K.I.S.S.’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제공ㅣ산타뮤직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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