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인증샷] ‘임재범의 그녀’ 차지연 “걸그룹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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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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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차지연(왼쪽)과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뮤지컬 배우 차지연(왼쪽)과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차지연이 탁자 위의 녹음기를 알아보고는 사람에게 말을 걸 듯 “오랜만이야”한다. 차지연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세 번째다. 두 번의 인터뷰는 모두 뮤지컬 배우로서였고, 이번에는 가수로서다.

“가수가 되니 좋은가”라고 물으니 숨도 안 쉬고 “좋아요. 감사하고 행복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그녀가 얼마나 가수가 되고 싶어 했는지 알고 있다. 자신의 이름, 자신의 노래가 담긴 앨범이 그녀의 꿈이었다. 앨범을 내줄 회사가 없으면 거리에서 노래를 해서라도 돈을 모아 앨범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던 차지연이 가수가 됐다. 든든한 소속사도 생겼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피처링을 맡아 ‘임재범의 그녀’로 불리더니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는 관능미 넘치는 탱고학원 원장으로 변신했다. 11월에는 케이블채널 ETN ‘글로벌 슈퍼아이돌’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맡는다. 벌써 CF도 찍었다. 그토록 원했던 첫 앨범도 준비 중이다.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는 가수는 되고 싶지 않아요. 저랑 회사가 같이 스케치북, 물감, 크레파스, 먹물을 늘어놓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나 고민 중이죠. 대중이 원하는 장르 속에서 제 색깔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농담삼아 회사에 ‘걸그룹처럼 해 볼까요’했더니 ‘안돼’하시던데요. 하하!”

아직도 ‘연예인이 됐다’라는 느낌은 없지만 확실히 그녀를 알아보는 눈길이 많아졌다. 그럴 땐 꽤 신기하다.

“새벽에 배고파서 만두를 사 먹으려고 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완전히 부스스한 상태였는데. 만두 사러갔다가 싸 주신 순대, 어묵을 잔뜩 들고 왔죠.”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젊은 커플이 ‘저 여자, 연예인이다’라고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색하게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커플 중 여자가 “언니, 연예인 맞죠?”하고 물어왔다. 그때 딱 문이 열렸고, 차지연은 얼떨결에 “저 뮤지컬 배우입니다”하고 뛰어 나왔단다. “요즘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하고 웃는다.

어머니는 차지연의 가장 열렬한, 첫 번째 팬이다. 가수가 꿈이었고, 실제로 젊은 시절 대전에서 통기타 가수를 하기도 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열렬한 팬인 어머니는 방송을 볼 때마다 늘 “내 딸이 저기 나가는 거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차지연은 최근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렸다. ‘스케치북’에 출연해 자신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뮤지컬 ‘서편제’의 심청가 한 대목을 부른 차지연은 눈물을 글썽였다. TV를 보며 어머니도 내내 울었다고 했다.

“원하던 가수가 됐지만 제게 엄마와 같은 뮤지컬 무대를 버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1년에 한 작품이 되더라도 꼭 무대에 설 겁니다.”

뮤지컬 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너무 양이 많으니 좀 나눠 드실래요”했던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혼자서 뚝딱 해치운 빈 리조토 접시가 놓여 있었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바쁘게 살고 있다. 틈만 나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도 그대로였다.

연예인이 됐지만 차지연은 변한 게 없다. 참 다행이고 예쁘다.

● 못 다한 이야기

▲ 어제 트위터를 보니 잠을 두 시간 밖에 못 잤다고 하던데, 그렇게 많이 바쁜가요?

“하하! 바빠서는 아니고요. 뮤지컬 ‘드림걸즈’할 때부터 불면증이 심해요. 그때부터 수면제를 조금씩 먹고 있죠. 그런데 면역이 되는지 점점 알약 수가 늘어요. 요즘은 무서워서 안 먹고 있죠. 저는 혈액형이 뱀파이어형인가 봐요. 해 뜨면 해를 잘 못 보겠고, 밤이 되면 막 눈이 떠지면서 … 이런 거, 좋지 않아요.”

▲ 최근작인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직접 작사를 한 곡을 선보이기도 했죠. 이번 앨범에서도 본인 작사곡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뮤지컬은 정해진 상황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제가 멜로디를 듣고 상황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이별을 했어? 얼마나 됐어? 밤이야 낮이야? 비 맞고 있는 거야? 사진을 보고 있는 거야? 자다가 꿈을 꾼 거야? … 막막하죠. ‘해보고 싶습니다’ 했는데, 막상 펜을 드니까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혼자 일기를 막 써요. 그러다 좋은 문구 나오면 빼 놓고. 초등학교 이후 일기를 이렇게 열심히 써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작사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 그 또한 무식하게 하고 있는 거죠.”

▲ 뮤지컬 팬들은 “이제 차지연은 뮤지컬 안 할지도 몰라”하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저는 뮤지컬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뮤지컬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노래를 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첫 번째 무대죠. 엄마같은 무대예요. 엄마를 버릴 수는 없죠. 천륜인데. 지금 ‘나가수’네 뭐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뮤지컬 덕이죠. 그거 아니면 아무 것도 없었을 거예요. 주변에서 ‘이제 뮤지컬 안 하는 거냐’하고 걱정들을 해주시기도 하세요. 전 대극장이든 중극장이든, 100석 소극장이든 무대에 설 거예요. 전과 똑같아요. 작품만 좋다면 무조건 합니다.

내년에도 (뮤지컬을) 하기 위해 회사와 계속 협의를 하고 있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임을 존중해 주고 계시죠. (공연계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걱정 안 해요. 제가 무대에 서면 해결되는 거니까. 이왕이면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역할이 좋겠죠. 솔직히 소극장이 욕심나요. 2~3명만 나와서 쭉 갖고 가는, 그런 거.”

▲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서편제’의 ‘송화’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으셨지요. 수상소감에서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하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무슨 의미였나요?

“솔직히 전 겁이 많은 사람이에요. 성질은 나름 있어서 욱하지만, 그래놓고 밤새 고민하죠. 마음이 쓰여서 잠을 못 자요. 뮤지컬을 ‘라이언킹’으로 데뷔했는데, 당시 저로서는 무대에서 정말 미친 듯이 해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내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했죠.

‘라이언킹’ 때 생활고도 있었고요. 이게 끊기면 안 된다는 막중한 부담감이 있었죠.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연줄도 없고. 막막했던 상황이었어요. 내가 열심히, 잘 하는 수밖에 없었죠. 주변을 챙기거나 할 수 없었어요. ‘몬테크리스토’, ‘서편제’까지만 해도요. 가장 심했을 때가 ‘드림걸즈’할 때였을 거예요.

뮤지컬은 특히 주연이 앙상블을 챙기고, 스태프의 마음을 만져줘야 하는데 그런 걸 배워 본 적이 없었어요. 술자리 회식에 껴본 적도 거의 없죠. 그 시간에 전 미친 듯 연습했어요. ‘라이언킹’할 때는 연습하는 게 들키기 싫어서 숨어서 했을 정도죠.
그러다 보니 오해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선배들에게 미움도 사고. 그런데 일일이 풀자니, 내 추잡스러운, 말하기 싫은 거 다 말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생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너무 상처가 되었고.

‘언젠가는 내게도 앙금을 풀 기회가 오겠지’ 했어요. ‘몬테크리스토’ 때부터 조금씩 (주변 관계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아, 내가 앙상블 배우들을 더 끌어안아야 되는구나’. 부족했겠지만 나름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주연이나 조연보다 오히려 앙상블 배우들과 더 친해졌죠.
사실 앙상블들이 실력이 없어서 우리들을 받쳐주는 게 아니거든요. 주·조연보다 더 뛰어난 동료들이 참 많아요. 친해지면서 느꼈죠.

‘좋은 작품 만나서 상 받았다고 내가 함부로 건방 떨 때가 아니구나’싶었어요. ‘이러다 썩은 물 되겠구나. 내가 가진 걸 더 갈고 닦아야겠구나’ 했어요.
수상 때 얘기한 것은 내가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동료, 선배님들께 광범위하게 드린 말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젠가 다시 작품을 하거나 밖에서 만나면 좋게 잘 풀어야죠. 그때는 먼저 가서 ‘당시는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미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할 거예요. 우리나라는 그런 게 좋잖아요. 술 한 잔 하면서.”

▲ 일전에 인터뷰 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아이다’라고 한 적이 있었죠. 공교롭게도 이번 어워즈 때는 ‘서편제’로 ‘아이다’를 눌렀습니다. 아직도 ‘아이다’ 역이 탐나세요?

“바뀌었어요. 저, ‘헤드윅’이요. 아니면 여자 ‘쓰릴미’? 왜 자꾸 저는 그런 쪽에 관심이 있을까요. ‘잔다르크’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 우여곡절이 많았던 ‘서편제’가 재공연 된다는 소식입니다. 팬들의 기대가 큰 데, 과연 ‘차지연 송화’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저 서편제하면서 골병들었어요. 진짜. 이번에 재공연이 올라간다면 누가 (송화를) 하더라도 전보다는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실 것 같아요. 회사와 얘기 중이에요. 사실은 제가 떼를 피우고 있는 중이죠. 하하하!”

▲ 트위터에 자주 좀 들어와 달라고 팬들이 성화입니다만.

“사실은 제가 시도 때도 없이 정말 트위터를 많이 들여다봐요. 아는 분들은 쪽지로 보내시죠. 이제 좀 육지로 나와야겠어요. 잠수 그만 타고.”

▲ 마지막으로 차지연씨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지망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

“한 번쯤은 사랑에 목숨을 걸어 주세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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