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너무 심하게 악썼나? 악역 섭외 쏟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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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7시 00분


결혼 이후 처음 출연한 ‘반짝 반짝 빛나는’으로 이유리는 “어떤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결혼 이후 처음 출연한 ‘반짝 반짝 빛나는’으로 이유리는 “어떤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최근 종영 ‘반짝반짝 빛나는’의 악녀 이유리

연기인생 10년 동안
이토록 처절했던 감정연기는 처음
청순녀 고정관념 깨
어떤 역할도 자신

항상 내편인 남편 든든한 연기 지원군
결혼하고 나서야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연기에 물이 잔뜩 올랐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종영한 MBC 주말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황금란 역을 연기한 이유리(31). 그가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이후 1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이번만큼 악을 쓰고 처절한 감정 연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결혼 이후 첫 작품이라 저 스스로 기대도 컸어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과는 많이 다른 인물이라 두렵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앞으로 어떤 작품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은 것 같아요.”

● “‘국민 며느리’란 고정관념 깨 만족”

드라마의 등장 인물을 단순하게 선과 악을 나눴을 때 이유리가 맡은 황금란은 상대역 김현주가 맡은 한정원에 비해 훨씬 독하고 악한 인물이다. 하지만 보통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악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과 달리 황금란은 ‘공감을 얻는 악녀’로 눈길을 끌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악은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황금란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그를 따뜻하고 동정어린 시선으로 봐준 시청자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유리는 ‘반짝반짝 빛나는’에 출연하기 전까지 ‘국민 며느리’로 통했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여성적이면서 순한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호감은 다른 면에서는 연기자로서 고정된 이미지를 갖는다는 단점도 된다.

그래서인지 이유리는 ‘반짝반짝 빛나는’에 출연하면서 “사람들이 ‘늘 그래온 것처럼 그런(착한) 연기 밖에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선입관을 깨 기쁘다”고 했다.

“대본을 보면서 금란이의 대사와 행동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면서 소름이 돋은 적이 많았어요. 자해하는 듯한 대사도 괴로웠고 늘 외줄을 타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그에게 몰입하는만큼 돌아오는 평가와 반응도 좋았어요. 이순재 선생님이 한 방송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캐릭터 변신이라고. 나도 청순하고 수수한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아요.(웃음)”

● “무얼 해도 내 편인 남편이 있어 행복”

이유리는 지난해 9월 띠동갑 남편을 만나 ‘품절녀’가 됐다. 그는 “결혼 전보다 지금이 오히려 연기하기 한층 편해졌다”고 했다. 더 이상 여배우들에게 결혼은 연기에 있어서 족쇄가 아니라는 말에 깊이 동감했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봐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 혼자였을 때는 억지로 당당해지려하면서도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얼해도 내 편인 남편이 있잖아요. 이제야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 결혼이 제게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남편과 본인을 쏙 닮은 아이를 빨리 갖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이유리는 미래의 아기를 상상한 듯 활짝 웃으면서도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연기를 조금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그것보다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배우의 삶도 좋지만 똑똑한 엄마, 지혜로운 아내가 되고 싶어요. 만약에 새 직업을 갖게 된다면 요리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요즘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동시에 ‘주부’로서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이유리는 6일부터 10월3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엄마’ 앙코르 공연을 시작한다.

“작년부터 한 공연이라 익숙하지만 한 회 한 회 조금씩 다른 공연을 보여드릴 거예요. 같은 대사지만 다른 느낌으로 연기하는 재미가 남다르거든요. 드라마 끝나고 계속 악역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망가지면 좀 어때요. 어찌 보면 그것도 배우의 특권이잖아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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