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 변신한 시대의반항아, 과학만능에 경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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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주연, 제임스 프랭코

TV영화 ‘제임스 딘’에서 시대의 반항아로, 영화 ‘127시간’에서 암벽에 눌린 자기 팔을 잘라내는 등반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제임스 프랭코(33). 21세기 ‘제임스 딘’으로 불리는 그가 눈에서 힘을 풀고 ‘훈남’ 과학자로 돌아왔다.

SF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17일 개봉)에서 프랭코는 마음이 따뜻한 과학자 윌 로드먼 역을 맡았다. 로드먼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을 개발하는데 이 약이 침팬지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 도중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약의 힘으로 뇌세포가 활성화되며 지능이 높아진 유인원들이 인간을 공격하게 된 것. 로드먼은 유인원들을 이끄는 그의 침팬지 친구 ‘시저’(앤디 서키스)를 끝까지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리츠칼턴 호텔에서 만난 그는 제임스 딘처럼 터프한 가죽점퍼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큰 목소리가 방을 쩌렁쩌렁 울렸다. “1968년에 제작된 원조 ‘혹성탈출’(원제 Planet Of The Apes) 의 특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에 끌렸어요. SF의 고전인 ‘혹성탈출’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굉장히 철학적인 작품이었죠.”

그는 유인원 영화와 인연이 깊다. 2005년에 제작된 ‘유인원 인간’에선 아예 유인원으로 출연했다. 글을 쓰고 말도 할 줄 아는 ‘문자 속 기특한’ 유인원 역인데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던 코미디물이다. “유인원이 인간과 어느 선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가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인원 인간’과 이번 ‘혹성탈출…’은 비슷하죠. 이런 설정이 가능한 이유는 유인원이 인간과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유인원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죠.”

이번 영화는 인간이 생명연장을 위해 행하는 동물실험 등 무조건적인 과학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영화가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를 그리는데, 저는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과학의 혜택은 정말 크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험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방법과 사후 처리법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는 고양이 2마리를 키운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고양이들은 매우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주 좋은 품성을 지녔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1999년 ‘스물다섯 살의 키스’로 데뷔한 그는 2001년 방영된 ‘제임스 딘’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딘의 생애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완벽히 소화해 TV 부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4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제임스 딘은 대중에게 너무 많이 알려져 연기하기 힘든 배역이었어요. 생애를 철저히 연구하며 그의 마음을 제 마음에 담으려고 애썼죠.”

거친 딘을 닮은 외모와 달리 프랭코는 할리우드에서 지적인 배우로 통한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동부의 명문 컬럼비아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예일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뉴욕을 비롯한 미 동부는 저처럼 예술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뜨거운 곳이죠. 여기서 예술의 기운을 흠뻑 흡입하며 살고 있어요.”

그는 시인이자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굿 타임 맥스’ ‘피스트 오브 스티븐’ 등 여러 편의 영화도 연출했다. 작가였던 어머니와 할머니, 미술관을 운영했던 외할머니에게서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예술을 위한 좋은 유전자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어머니가 연기에 대해 조언하는지 많이 묻는데, 우린 서로 간섭 안하며 살기로 해서 그런 일은 없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놓은 영화 ‘127시간’에서 팔이 잘렸는데 지금 보니 멀쩡하다”고 농담을 던졌다. “전 에일리언입니다. 그래서 연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잘합니다. 하하하.”

뉴욕=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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