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 이 남자들, 추억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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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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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밴드 ‘포커스’ 내달 7일부터 첫 장기공연

《“‘렛잇비’ 직후에 좀 강렬하게 치고 들어갈게요.”(강인봉) “학기가 가장 높은 음 부르기로 했지?”(이동은)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23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연습실에 낯익은 얼굴들이 모였다. 록밴드 ‘라이어밴드’의 이동은, 포크 듀오 ‘나무자전거’의 강인봉, ‘유리상자’의 박승화, ‘비타민’을 부른 가수 박학기. 각자의 영역에서 단단히 입지를 굳힌 이들이 늦은 시간 짬을 내 모인 이유는 ‘포커스(4CUS)’ 공연 준비 때문이다.》
“오래 활동하면서 서로 잘 알고 있었죠. 어느 자선공연을 함께 준비하다 ‘같이 노래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동호회처럼 모였어요.”(강인봉)

40대의 중년 남자 넷은 그렇게 취미밴드 ‘대박나라’를 만들어 활동하다 지난해 ‘포커스(4CUS)’로 밴드 이름을 바꾸고 9곡을 수록한 음반도 냈다. 포커스 이름으로 무대에 잠깐씩 섰던 적은 있지만, 다음 달 7일부터는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스24아트홀에서 보름간 장기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재미없으면 이렇게 못 하죠. 각자 시간 쪼개서 연습하고 스케줄 비워서 공연하는 건데요.” 막내 박승화의 말처럼 이날 연습도 힘들게 시작됐다. 장염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이동은은 긴팔 옷을 입었고, 4월 무대에서 추락해 골반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강인봉은 목발을 짚었다. 강인봉과 자기 모습을 번갈아 보던 이동은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야 원, 부상 투혼이 따로 없네.”

10시 45분 주섬주섬 악기를 꺼내면서 연습이 시작됐다. ‘띵띵’거리는 베이스 소리와 ‘아아아’ 하는 마이크 테스트. 이동은이 베이스를 조율하면서 “예스터데이∼” 하고 노래를 시작하자 강인봉도 기타를 치며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퍼커션(타악)을 맡은 박승화도 봉고와 윈드차임, 셰이커로 소리를 내며 합류했다.

다른 행사에 참여했다가 길이 막혀 늦은 박학기가 잠시 후 도착하자 연습은 활기를 띠었다. 힘 있게 리드하는 이동은, 낮은 음역대를 감싸는 강인봉, 절묘한 화음으로 균형을 잡는 박승화, 부드러운 고음의 박학기. 네 남자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드는 ‘예스터데이’ ‘렛잇비’ 등 비틀스의 음악들이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순애보’ ‘겨울 바다’에 어릴 적 즐겨 봤던 만화영화의 주제가 ‘로보트 태권V’ ‘아톰’ ‘캔디’ ‘마징가Z’까지 이어 부르다 보니 시간은 오전 3시를 훌쩍 넘겼다.

“매번 제 노래 ‘비타민’만 부르다 다른 사람 노래를 부르니 맛이 달라요. 네 명이 화음을 이뤄 부를 때 느끼는 매력도 크고요.”(박학기)

따로 활동하던 가수들이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무대에 설 땐 보통 노래를 파트별로 나눠 부르다 일정 대목에서 함께 부르지만 포커스는 4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음을 넣어 함께 부른다. 그 덕분에 멤버들 모두 편곡 작업에 참여하고 화음을 맞추는 재미에 푹 빠졌다. ‘당신만이’(이치현과 벗님들)와 ‘바닷가의 추억’(키보이스)은 화음을 맞춰 부를 때 더 멋있다고 꼽은 곡이다.

네 사람은 포커스 활동의 원동력을 ‘재미’에서 찾는다. 특히 강인봉은 사고 이후 병원에서 지낼 때 인생 목표가 ‘즐기자’로 바뀌었다고 했다. “솔로였던 학기도, 듀엣이던 나머지 세 명도 각자 다른 악기를 들고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오른다는 건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뭐랄까… 각자의 팀 활동이 ‘정규게임’이라면, 이 포커스 활동은 ‘올스타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죠.(웃음)” 1588-4446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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