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희, 폭풍 눈물연기 압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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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7시 00분


■ 뮤지컬 ‘뉴씨저스패밀리’

뮤지컬 ‘뉴씨저스패밀리’는 밝고 유쾌한 작품이다. 후반부의 슬픔조차 밝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대는 서울 후미진 동네의 가리봉 미용실. 남편을 사랑하고, 선한 성품을 지닌 원장(노현희 분·사진)과 ‘철수’라 불리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자칭 해외파 헤어디자이너 찰스(함승현 분), ‘인생은 한 방’을 외치는 원장의 남편 박치기(서영주 분), 완전 초짜에 쇼핑중독인 신입 헤어디자이너 샤론 리(은설 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돌아간다.

작품의 얼개는 단순하다.

간밤에 대통령 꿈을 꾼 남편이 아내에게 복권을 사라 해놓고 출근을 하지만 아내는 복권대신 두부를 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복권은 1등에 당첨이 되고 남편은 ‘복권을 사지 않았다’는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가 복권을 감춰 놓았다고 믿는 남편이 가짜 도둑을 고용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지만, 결국 오해가 풀리고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막판 반전 하나가 톡 튀어나오지만 그것은 도의상 밝히지 않겠다.

등장하는 노래들도 유쾌하기만 하다. 트로트 리듬에 재미있는 가사를 얹는가 하면, 신나는 힙합과 애절한 사랑노래가 뒤섞여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 중에서는 마담(김현숙 분)과 찰스의 사랑 이중창은 추천곡.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지한 노래다. 마담, 동네 할머니, 여자 도둑을 번갈아 연기하는 김현숙은 꽤 돋보였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 호소력 깊은 노래는 자칫 가볍게 흩어져버릴 수 있는 장면 장면에 중심을 잡아 주었다.

원장 역의 노현희는 아무래도 노래보다는 연기. 고음 부분에서 음정이 종종 이탈해 듣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후반부 폭풍눈물 연기만큼은 대단한 열연이었다.

한 가지 더. 이날 공연장은 비록 만석은 아니었지만 관객에게 높은 별점을 주고 싶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박수와 추임새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관객석에서는 ‘배우들에게 힘을 보내고 싶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관객은 제2의 배우’라는 말이 확연히 다가왔다.

뮤지컬 ‘뉴씨저스패밀리’는 4월 24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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