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닮기 성형술 인기…송곳니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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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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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영화 ‘드라큘라’ 포스터
1931년 영화 ‘드라큘라’ 포스터
새하얀 얼굴, 십자가 그리고 붉은 피…무엇이 생각나는가? 바로 ‘뱀파이어’이다.
초기 ‘뱀파이어’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1931년도에 개봉된 대표적인 뱀파이어 영화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는 사람의 피에 굶주려 하고 광기의 화신으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드라큘라 시리즈의 끝은 남자인간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이러한 마무리 때문에 뱀파이어는 언제나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근래의 뱀파이어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인기 있는 존재가 되었다. 2008년도에 개봉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미국에서 개봉하자 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고 한국에서도 트와일라잇은 138만명에서 시작해서 2편인 ‘뉴문’에서는 159만명으로 늘었으며 최근에 나온 3편 ‘이클립스’는 개봉한지 19일만에 200만이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트와일라잇’의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은 2010년 ‘타임’에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되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또한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를 비롯해 ‘뱀파이어 다이어리’, ‘문라이트’등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속속히 미국 TV 채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하드코어 섹시 뱀파이어시리즈 ‘트루 블러드 시즌 2’는 미 HBO 최고 시청률인 530만을 기록했고 시즌3 프리미어는 500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뱀파이어의 인기는 드라마뿐이 아니었다.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뱀파이어 성형술’이 나돌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송곳니를 시작해서 뱀파이어 귀 모양으로 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심지어 자신의 피를 뽑아 얼굴에 수혈하여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시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뱀파이어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남자주인공 
에드워드 컬렌(가운데)과 그의 뱀파이어 가족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남자주인공 에드워드 컬렌(가운데)과 그의 뱀파이어 가족들.

1. ‘영원한 삶과 아름다움’을 지닌 자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뱀파이어가 사람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영원히 사는 것뿐만이 아니라 늙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도 ‘에드워드’는 100여 년 동안 17살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뉴 문’에서 벨라는 에드워드보다 자신이 더 나이가 먹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에드워드와 영원히 함께하고자 뱀파이어가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늙지 않은 영원함’이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뱀파이어의 영원불멸이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트루 블러드’ 프로모션 포스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트루 블러드’ 프로모션 포스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2. 흡혈이 강한 성적쾌락으로 다가오다.

뱀파이어가 송곳니로 여인의 목을 물어 피를 마시는 것을 대부분 성(性)적 쾌락으로 은유기도 한다. 예전 뱀파이어들의 흡혈도 성적인 면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 내용을 보면 흡혈이 인간의 생을 끊어놓는 역할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뱀파이어를 본다면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흡혈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 트루 블러드’의 프로듀서인 앨런 볼(Alan Ball)은 “뱀파이어란 섹스”라며 “뱀파이어 이야기와 금욕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3. 강력한 힘을 지닌 정의의 뱀파이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모두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넘치는 힘이나 밝은 청력 혹은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초기 뱀파이어들이 자신의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반면 현재 뱀파이어들은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선하게 힘을 사용한다. 이러한 모습이 관객들에게 뱀파이어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문라이트’ 포스터
미국 드라마 ‘문라이트’ 포스터

4. 뱀파이어들의 지고지순한 사랑

뱀파이어들이 더 이상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버린 이유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있다. 바로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문라이트’에서 늘 인간이 되고 싶었던 믹은 잠시나마 인간이 될 수 있는 약을 먹어 삶을 누리며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인 ‘베스’가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삶을 선택하고 만다. ‘트루 블러드’ 에서 빌도 여자친구인 수키를 구하기 위해 태양아래를 걷다가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던 에피소드가 있다. 자신의 여자에게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이 ‘뱀파이어’ 캐릭터는 여성들이 한번쯤 꿈꿔왔던 백마 탄 왕자님의 사랑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 관객이 10대 여성인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1927년 연극으로 시작된 뱀파이어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었을 뿐 인기가 있고 현재는 절정에 달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인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두 편이 남아있고 드라마들도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종영되지는 않을 듯 하다.
앞으로 ‘뱀파이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부정할 수 없는 영원불멸의 존재 아닌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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