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중국 영화 만나기가 ‘로또 5000원 당첨’만큼이나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설 강국이 된 나라의 위상을 자꾸 영화에 반영하기 때문. 올해 초 ‘아바타’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 애국심 마케팅을 펼쳤던 ‘공자: 춘추전국시대’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7일 개봉하는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12세 이상 관람가)은 이례적이다. ‘수작’이라 하기는 망설여지지만 호쾌한 액션에 아기자기한 드라마가 버무려져 적잖은 재미를 안긴다. 스스로 위엄을 드높이려는 국가 권력의 자아도취에 대한 은근한 비판까지 담고 있다.
연출은 1990년대 ‘황비홍’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던 쉬커(徐克) 감독이 맡았다. 2000년대 들어 그의 영화는 대개 빈약한 스토리를 액션으로 눈가림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당나라 때 실존했던 명재상 적인걸은 삶 자체가 무척 드라마틱했던 인물이다. 그는 섭정 끝에 나라 이름을 주(周)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던 측천무후를 설득해 당나라 황족을 태자로 세우게 했다.
적인걸 역의 류더화(劉德華)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적인걸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라고 했다. 영화는 즉위를 앞둔 측천무후가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역모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적인걸을 재기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권력의 허망함을 잘 알고 있는 두 영웅이 주고받는 대화가 시종 묵직하다. 날카로운 추리력과 뛰어난 검술 실력을 겸비한 적인걸은 명탐정이자 복서였던 셜록 홈스를 연상시킨다. 류더화는 “거의 모든 액션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내년이면 쉰이지만 아직 대역을 쓸 만큼 몸이 녹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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