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영화… 한국이 흥행 시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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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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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이’ 25일 한국서 세계 첫 개봉

《피장파장 동시에 바람피우는 부부, 분리 결합을 반복하며 실타래같이 엉키는 연애관계, 뒤통수를 치는 황당한 패륜의 극단적 결말…. 익숙한 한국 불륜드라마 공식들이다. 25일 개봉하는 ‘클로이’(18세 이상 관람가)는 ‘한국 불륜드라마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주인공은 영화 ‘맘마미아’에서 순수 소녀로 출연했던 어맨다 사이프리드(25). ‘클로이’에서 그는 뇌쇄적인 콜걸 클로이로 등장해 평온했던 가정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감독은 1994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상을 받은 ‘엑조티카’를 비롯해 ‘스위트룸’(2005년) ‘애모’(2008년) 등에서 섬세한 심리묘사와 세련된 영상을 선보여 온 아톰 에고얀이다. 그러나 사이프리드의 연기력과 에고얀 감독의 연출력은 국내 저질 드라마처럼 꼬이고 꼬인 스토리에 묻혀버린다. 에고얀 감독은 자신이 만든 13편의 장편영화 중 유일하게 이 영화만 각본을 쓰지 않았다. ‘세크리터리’와 ‘퍼’의 각본을 썼던 에린 크레시다 윌슨이 각본을 썼다. 혹 윌슨이 ‘아내의 유혹’ 같은 한국의 불륜 드라마에 푹 빠졌던 건 아닐까. 익숙한 저품격 스토리라인 공식으로 ‘클로이’를 들여다봤다.》
[1] 위기의 부부
남편외도 의심나자 콜걸 고용해 테스트

[2] 몰상식한 패륜
남편-아내-아들까지 손뻗치는 유혹

[3] 황당한 결말
파국 몰고가다 어이없이 끝내

○위기의 부부 데자뷔

산부인과 의사 캐서린은 음대 교수인 남편 데이비드의 휴대전화에서 낯선 젊은 여자의 메시지를 보고 외도를 의심한다. 어린 제자와 채팅에 빠진 남편의 모습이 그 의혹을 부채질한다. 캐서린은 우연히 알게 된 콜걸 클로이를 고용해 남편을 유혹하게 한다.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매주 봤던 이야기에 비해서도 별반 새로울 게 없다.

영화 후반부 캐서린이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솔직히 털어놓는 대사도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음은 아직 열아홉 살인데 거울을 보면 당신을 유혹하지도 못하는 초라한 여자잖아.”

○몰상식한 패륜도 엇비슷해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에서 여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원수 집안 아들과 결혼하고 불륜을 일삼았다. MBC의 ‘흔들리지 마’는 형부와 처제의 오랜 불륜을 그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클로이’에도 이 같은 비상식적 패륜이 나온다. 클로이는 데이비드와의 성관계를 캐서린에게 상세히 ‘보고’한다. 캐서린은 보고를 받으며 클로이에게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그 질투의 방향이 묘하게 흘러 그는 결국 클로이와 몸을 섞게 된다. 동성 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캐서린에게 분노한 클로이는 다시 열일곱 살 난 캐서린의 아들을 유혹해 관계를 맺는다. 그러고 나서 클로이가 캐서린에게 던지는 말이 걸작이다. “아이에게서 당신이 느껴져.”

○황당한 결말도 빼닮았네

캐서린은 방에서 클로이와 키스를 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아들을 보고 놀라 창쪽으로 클로이를 밀친다. 그리고 황당한 결말에 이른다.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악녀 신애리가 갑자기 바다에 빠져 자살하고 정교빈이 그를 말리려다 함께 죽은 설정, MBC ‘밥줘’에서 남자 주인공의 내연녀 차화진이 느닷없이 교통사고로 죽은 설정에 비할 정도로 당혹스럽다. 이 영화는 25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 수입사 제이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영화 ‘클로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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