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비속어-막말자막 ‘선 넘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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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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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미수다 ‘루저발언 파문’에 예능프로 가이드라인 만들고도…

방송사측 “이번 달은 계도기간”

KBS2 예능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 3’(왼쪽)과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KBS는 1일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막말이나 상대방을 비하하는 발언, 그리고 비속어나 인터넷 조어 등을 담은 자막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문제점은 여전했다. 사진 제공 KBS
KBS2 예능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 3’(왼쪽)과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KBS는 1일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막말이나 상대방을 비하하는 발언, 그리고 비속어나 인터넷 조어 등을 담은 자막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문제점은 여전했다. 사진 제공 KBS
KBS는 1일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앞으로 막말이나 비하 발언을 내보내지 않고 자막에는 비속어나 인터넷 조어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BS2 ‘미녀들의 수다’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 동아일보 방송팀은 가이드라인 공개 후 2주 동안 ‘해피선데이’ 등 KBS2의 예능프로 8개를 상대로 기준 준수 여부를 살폈다. 가이드라인 실시 이전과 비교해 막말과 비하 발언, 부적절한 자막은 여전했다.

13일 ‘개그콘서트’의 ‘그냥 내비둬’에서 이수근은 뚱뚱한 개그우먼에게 “코리안 밥샙(이종격투기 선수)” “맷돌”이라고 말했고 장동혁은 “쟤(김민경)를 보면 속담이 생각난다”며 “입은 삐뚤어져도 밥은 많이 먹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삼겹살 구워먹는다” 등 여러 차례 비하 발언을 했다.

이 코너는 뚱뚱한 여성의 외모 비하를 웃음 콘셉트로 잡고 그동안 “침을 뱉고 싶겠지” “얼굴이 슈렉 같다” 등 비하 발언을 거의 매회 되풀이했으나 가이드라인 실시 후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샴페인’은 5일 ‘이상형 월드컵’ 코너에서 한채영이 ‘차승원 vs 김윤석’을 두고 선택을 고민할 때 한성주가 “난 김윤석”이라고 끼어들자, 개그맨 이병진이 “저기 마취총 같은 거 있으면 하나 달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실시 전인 11월 28일에도 ‘샴페인’의 같은 코너에서 ‘신봉선 vs 김나영’이 나오자 이병진은 “그야말로 죽음의 조죠. 그냥 확 죽어버리고 싶은 조”라고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

10일 ‘해피투게더 3’에서 유재석은 한채영의 별명 ‘바비인형’에 빗대어 신봉선에게 ‘밥 인형’이라고 했다. 같이 출연한 강혜정이 “임신 5개월이어서 살이 쪘다”라고 하자 박명수는 “봉선이는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5개월이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들 발언을 자막으로도 내보냈다.

KBS 가이드라인은 ‘출연자 간 지나친 인신 공격적 표현 및 상대방에 대한 비하를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거친 발언도 서슴없이 전파를 탔다. 한채영은 이날 ‘남자친구가 양다리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죽이지 않을까요”라고 답변했다.

13일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서도 은지원이 이승기와 통화를 할 때 강호동이 이승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자 은지원은 “닥치라 그래”라고 말했다.

KBS는 가이드라인 중 방송 자막에 대해서 ‘표준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속어, 은어, 인터넷 조어, 혐오어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6일 ‘샴페인’에서 한채영이 “남편과 열아홉 살 때 만나서…결혼해서도 아직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라고 하자 한성주는 “지겹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제작진은 ‘주책’ ‘주접’이란 자막을 올렸다.

3일 ‘해피투게더 3’에서는 박명수가 쓰고 있던 가발을 벗어 숱이 모자란 머리가 드러나자 소녀시대 제시카 등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언급이 없었는데도 ‘대머리 독수리’라는 자막을 덧붙였다.

김영선 KBS 예능제작국장은 “이번 달은 계도 기간으로 가이드라인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내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연출자(CP)들과 정례적으로 회의를 해 준수 여부를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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