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짱’ 이종박 배우서 가수로 왜? 내 몸안의 트로트 피 10년 만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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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7시 00분


노래만 하면 ‘뽕필’이 저절로…심현섭·유준상 등 강력 권유

이종박.
최근 ‘누나는 짱’이란 노래로 트로트계에 진출한 가수 이종박(사진)은 배우로 10년을 활동하다 뒤늦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 영화에서 줄곧 ‘배우 이종민’으로만 살았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트로트를 해보라”는 권유를 들으면서 자신의 속에 ‘트로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함께 해군홍보단에서 복무했던 개그맨 심현섭은 이종박에게 “트로트 음반을 내자. 내가 제작하겠다”는 제안을 여러번 했다. 박현빈이 스타로 크는 것을 본 심현섭은 장윤정의 ‘어머나’를 만든 윤명선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주겠다고 장담했지만 이종박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끝내 거절했다.

하지만 같이 뮤지컬을 하던 유준상의 설득은 뿌리칠 수 없었다. 여러 뮤지컬에서 공연했던 유준상은 이종박을 붙잡고 “성인가요로 가면 박현빈처럼 성공할 수 있다. 너는 캐릭터와 외모가 좋아 트로트계에서 충분히 먹히는 매력이 있다”며 진지하게 설득했다.

“제가 바르고 진지한 사람이라고 믿는 그가 강렬한 눈빛으로 설득하니까 마음이 움직였죠. 그래도 반신반의했지만 음반 제작을 진행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특이하게도 이종박의 트로트 음반 제작은 미국 보스턴 버클리 음대 출신들이 맡았다. 드라마 ‘가문의 영광’에서 호흡을 맞춘 가수 마야의 한 측근이 버클리 음대 출신 3인이 모여 만든 기획사 비트레인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했다. 조용히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트로트를 해보라”는 권유는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그가 9월 말 ‘누나는 짱’을 발표하자 ‘버클리가 만든 트로트’라는 화제 속에 유명세를 탔다. 후배 박건형이 “내가 지은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이종박’이란 예명은 어려서부터 별명이었다고. 이종박은 성량이 풍부하고, 음성이 묵직하고 매력적이다. 10년간 ‘무대’에 섰던 터라 무대매너는 이미 중견가수급이다.

“뮤지컬 등에서 노래를 하면서 ‘뽕필이 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불렀던 창법이 트로트와는 맞았던 거예요.”

이종박의 주요 공략층은 30, 40대지만 전 세대, 특히 여성팬들을 사로잡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젊은 남자 트로트 가수 중 최고로 꼽히는 박현빈 씨를 능가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조급한 마음에 빨리빨리 반응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금방 떠서 금방 식는 것보다, 2년 만에 떠서 20년간 쭉 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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