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 43개월새 최대폭 하락]
李 강경 메시지에 매수심리 꺾여… 서초구 5억5000만원 낮춘 급매 등
작년 급등지역서 우선 집값 조정… 주담대 규제에 평균 1421만원 줄어
“공급 부족-유동성 증가 변수 여전”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급매 매물을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84㎡가 이번 달 51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56억5000만 원에 최고가로 거래된 것보다 5억5000만 원 낮게 팔린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압구정동에서 수십억 원 저렴한 매물이 나오다 보니 집주인이 ‘갈아타기’를 위해 급매로 집을 팔고 압구정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5월 9일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하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월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이 1년 뒤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 비중이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 역시 이 같은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한 달 가까이 연일 강경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내놓으며 한동안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 아파트 매물 쌓이고 하락 거래 나와
이날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2일 5만6216건에서 이날 기준 6만8564건으로 21.9% 늘었다. 25개 구에서 매물이 모두 늘어났는데, 그중에서도 성동구(55.1%), 송파구(44.2%), 동작구(40.2%), 강동구(37.1%), 광진구(35.7%), 마포구(35.3%)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집값 상승이 컸던 한강벨트와 강남권인 송파구 등의 매물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며, 특히 강남구의 경우 사실상 보합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주간통계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1%로 전주(0.02%)보다 오름세가 둔화됐다. 하락세로 전환되면 2024년 3월 둘째 주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전용면적 183㎡가 이달 초 98억 원에 거래돼 토지거래허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평형대는 지난해 말 128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경기 지역 역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과천 집값 상승률은 전주(0.14%) 대비 0.03% 하락하며 2024년 6월 첫째 주 이후 88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과천은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직후인 10월 셋째 주 1.48%까지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인 지역이다.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과천 내 공공택지에서의 신규 공급 등이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 주담대 증가 폭도 줄어들어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중 새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평균액은 2억1286만 원으로 3분기(7∼9월) 대비 1421만 원 감소했다. 결혼과 자녀 출산 등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30대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액이 지난해 4분기 2553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59만 원 줄어 전체 연령대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민숙홍 한은 가계부채미시통계팀장은 “봄철 이사 수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종료 예고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은 늘어나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5월 10일 이전까지 가격 상승세 둔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연일 내면서 매수 심리가 꺾였고, 지난해 급등한 지역에서 우선 집값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월 9일까지는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겠지만 누적된 공급 부족과 유동성 증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가격 안정화 흐름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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